혼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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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1. 개요
2. 특징
3. 유사 개념
4. 예시
4.1. 지명 관련
5. 외부 링크

混成語 / Blend, Portmanteau

1. 개요[편집]


혼성어란 절단#언어학(clipping) 후 합성된 단어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는 smog(스모그)로, 'smoke'의 절단형과 'fog'의 절단형이 서로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단어 형성을 혼성(blend)이라 한다.

한국의 국어 교육 과정에서는 이 개념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라볶이 같은 단어도 '라면'의 절단형 '라'와 '떡볶이'의 절단형 '볶이'가 합쳐진 혼성어이다.

2. 특징[편집]


혼성어는 절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단이 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의미 투명성은 크게 떨어진다. 특히 한국 한자어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2자어가 1자어로 절단되면 단어의 절반이 사라지기에 본래의 단어를 추측하기 좀 더 어려워진다. 가령 '갓반인'에서 '반인'은 '일반인' 3글자 중 2글자가 남은 것이라 '일반인'을 떠올리기가 쉽지만,[1] '좆간'에서 '인간'은 2글자 중 1글자만 남았기 때문에 '인간'을 바로 떠올리기는 좀 더 어렵다.

형성 방식에서 기본적으로 절단을 전제하기 때문에 비격식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나 로마자 문화권에서 앞글자만 딴 두문자어는 공식석상에서도 활발히 사용되지만 중간에 절단된 형식은 다소 비격식적이다.[2]

또한 위에서 보듯 의미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밀스럽다는 인상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상언어신어에는 혼성어가 매우 많다. '애정부'(Ministry of Love)가 '애부'(Miniluv)가 되는 식이다. 다만 한자문화권에서는 한국의 '행정안전부'가 흔히 뉴스에서도 '행안부'라고도 불리는 등 음절 축약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다지 특이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3] 한편 로마자 문화권에서 이런 정부 부처는 두문자어로 줄이지 저렇게 문장 일부를 절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4]

(엄밀히는 절단#언어학 문서에서 다룰 내용이긴 하나) 절단의 최소 경계는 음소이지만 음절 경계에서의 절단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한자문화권에서는 한자가 음절 단위로 음을 표시하기 때문에 음절 경계 절단이 더 자주 보이곤 한다. 일본어나 한국어도 표기 문자인 가나한글음절과 결부되어 있는 관계로 음절 경계 절단이 흔하다.

구성 요소들 중 일부가 이미 절단되어 본래 형식을 추측하기 약간 어려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합성어에 비해서 형태소 경계를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가령 마기꾼 같은 혼성어는 '마(마스크)+기꾼(사기꾼)'이지만 처음 본 사람은 '마기+꾼'으로 잘못 절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신조어에 이런 혼성어들이 매우 많다. 비격식적으로 여겨져 격식어에서 잘 쓰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돋보인단 점도 한 이유겠지만 합성으로써 의미를 새로 생성하면서도 절단#언어학에 의해 단어의 길이는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단어 사용의 경제성이 증가한다는 이점도 큰 요인인 듯하다.

'갓반인'(+일반인) 등 접사 중에도 본래 말을 절단하여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다.

어느 언어에서 혼성이 자주 일어나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없겠으나 일본어에서 특히 이런 혼성이 자주 발견되는 듯하다. 일본어영어 등 여타 서구 외래어를 차용하는 데 거부감이 별로 없는데, 영어 같은 폐음절 위주 언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개음절 위주의 일본어 특성상 음절이 좀 더 길어지기 때문에 절단이 흔히 발생한다.[5] 그리고 이렇게 절단한 형식들을 바탕으로 일본인의 감각대로 합성어를 만들기 때문에 재플리시에는 영어 화자에게 매우 생소하게 들리는 혼성어들이 많은 편이다. '가라오케'(から + )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혼성어(이자 혼종어인) 재플리시 중 영어에도 karaoke의 형식으로 유입되는 등 매우 널리 퍼진 예이다.


3. 유사 개념[편집]


유사 개념으로 절단 합성어(clipped compound)가 있다. 가령 sci-fi와 같은 단어는 science-fiction이라는 합성어가 각각 절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노명희(2010:260)[6]에 따르면 영어에서는 단일어와 구별되는 합성어의 강세가 유지되는지 여부를 통해 혼성어와 절단 합성어를 구별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구별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다만 한국어의 경우에도 '디캉스'의 '디, 캉스'처럼 형태소의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절단형이 합성된 것과, '유튜브셀러'의 '유튜브, (베스트)셀러'처럼 어느 정도 형태소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 절단형이 합성된 것의 차이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는 한다(김상민 2022:318)[7].

서로 다른 두 단어의 음절 앞 글자끼리 붙인 두음절어(頭音節語, syllabic acronym)도 '앞 음절만을 남겨 절단'한 후 합성한 것이므로 혼성어에 속한다. 다만 '라볶이' 같은 예에서 '볶이'는 앞 음절이 아닌 뒤 음절, 그것도 2개를 남긴 것이므로 혼성어이기는 하나 두음절어는 아니다.

음절 축약(syllabic abbreviation)은 단일어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성어와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어의 혼성어는 대체로 음절 단위로 절단되기에 음절 축약어라고도 할 수 있다. 단, 한국어에서 음절 축약은 '할많하않'처럼 두음절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에서는 한자어의 일부를 절단한 뒤 합성할 때 독음 방식을 바꾸어 읽는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가령 교토(京都, きょうと)의 京(교, きょう)와 오사카(大阪, おおさか)의 阪(사카, さか)를 음운론적으로만 절단하여 합성한다면 '교사카'(きょうさか)가 되어야겠지만 京阪으로 합친 뒤에는 다른 방식으로 음독하여 '게이한'(けいはん)이 된다.[8] 이러한 것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혼성어라고 볼 수 있으나 일본어 외의 언어에서는 유사한 현상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9]

혼종어는 단어 범주(한자어, 외래어 등)가 섞인 것으로 혼성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다만 둘 다 비격식적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어 신조어 중에는 혼종어이면서 혼성어인 것이 상당히 많다.

  • 혼종어이면서 혼성어인 것: 혼성어 '갓반인'에서 '갓'은 영어 외래어, '일반인'은 한자어로 혼종어이다.
  • 혼종어이지만 혼성어는 아닌 것: '살사 소스'는 영어스페인어가 섞인 혼종어지만[10] 절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혼성어는 아니다.
  • 혼성어이지만 혼종어는 아닌 것: '메리카'는 혼성어이지만 '헬'과 '아메리카'는 모두 영어 외래어로 혼종어는 아니다.


4. 예시[편집]


매우 많은 신조어들이 혼성의 방식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모든 예를 싣는 것은 어렵다.

근대사에서 접하는 단어 중 혼성어인 것으로 유명한 예는 코민포름(Com+Inform), 코민테른(Com+Intern), 게슈타포(Ge+Sta+po) 등이 있다.

비타민 역시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 'vita'와 이집트 신화 신 중 하나의 이름을 이르는 고대 이집트어 '𓇋𓏠𓈖𓁩'의 절단형이 결합한 단어이다.


4.1. 지명 관련[편집]


  • 베네룩스: 벨기에(Belgium)의 be, 네덜란드(Netherlands)의 ne, 룩셈부르크(Luxemburg)의 lux를 합친 것이다.
  • 베세토: 베이징(Beijing), 서울(Seoul), 도쿄(Tokyo)를 합친 것이다.
  • 탄자니아: 탕가니카(Tanganyika)와 잔지바르(Zanzibar)를 합친 것이다.
  • 파키스탄: 인도 서쪽에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는 인더스 강 유역 5개 지역 펀자브(Punjab), 아프간(Afghan), 카슈미르(Kashmir), 신드(Sindh), 발루치스탄(Baluchistan)에서 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두문자어로 된 지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동아시아에는 한자를 한 글자씩 합쳐서 만든 지명이 상당히 많다. 우한시창과 양/커우를 합친 것이다. 한국은 부군면 통폐합 당시에 일본 제국에 의해서 이러한 지명이 많이 생겼다. 아무래도 동아시아의 주된 표기 문자인 한자에 힘입어 단어 경계가 (주로 음절을 기준으로)[11] 명확하며, 의미 투명성이 높아 본말의 의미를 보다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5. 외부 링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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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히나 '○반인' 형식의 단어는 '모반인', '등반인', '동반인', '열반인', '운반인' 정도밖에 없다. 이들 모두 '일반인'의 등장 빈도에는 한참 못 미친다. 또한 '갓'이란 표기가 한자어에선 나타나지 않으므로 '갓반' 같은 한자어는 나타나기 어렵고, '갓반+인'으로 다르게 절단할 위험도 적다.[2] 일례로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일명 '나치'는 공식적으로는 두문자어 NSDAP를 사용했다. Nazi는 추정컨대 National의 앞 부분만을 절단한 형식이다. 이때의 Nazi는 단일어 National를 절단한 것이기에 혼성어는 아니다.[3] 한국어에서 1984 신어의 비격식성을 비슷하게 흉내내려면 초성체를 써야 할 것이다. 다만 초성체는 비격식적인 것은 비슷하지만 일상에서 전면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4] 일례로 미국 국방부(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는 흔히 DoD로 줄인다.[5] 이 과정에서 본래 언어에서는 한 음절에 속하는 음절말 자음이 흔히 잘려나가 음절이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가령 character[kærəktə(r)\](캐릭터)라는 단어에서 영어 화자는 음절을 'cha/rac/ter'로 인식하지만 일본어로는 キャラクター의 キャラ만을 따와 음절 rac의 ra만을 가져오게 된다. 한국에서는 외래어의 앞글자만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디카' 등) 한글은 음절말까지 표현할 수 있는 문자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처럼 음절 내 절단은 많지 않은 편이다.[6] 노명희(2010), 혼성어(混成語) 형성 방식에 대한 고찰. 國語學, 58, 255-281. #[7] 김상민(2022), 혼성어의 형태론적 지위. 國語學, 104, 317-351. #[8] 阪는 훈독하던 것을 음독한 것이다. 京의 두 독음 きょう와 けい는 모두 음독이기는 하나, 전자는 오음이고 후자는 한음이다.[9] 한국에서 '서울-부산'을 '경부'로 나타내는 것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10] 아울러 살사 문서에서도 다루듯 스페인어 '살사'의 의미가 영어의 '소스'와 동일하기 때문에 겹말이기도 하다.[11] 한자음은 대체로 음절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성운학에서는 음절의 각 부분을 분석하는 용어들이 일찍부터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