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2015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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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국내에선 2015년 5월 21일 개봉했고, 북미에선 6월 5일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 멜리사 매카시, 주드 로,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을 맡았다. 북미에서는 R등급을 받을 정도로 섹드립을 포함한 수위 높은 욕설과 F워드를 남발한다.
2. 특징[편집]
폴 페이그 감독이 각본, 연출을 모두 도맡았는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마찬가지로 기존 스파이 영화들의 공식을 비틀어 만든 영화이다. 또 공교롭게도 배급사가 《킹스맨》과 똑같은 20세기 폭스 사이다. 그런데 《킹스맨》이 이미 원숙한 첩보원인 해리와 자유분방한 신참 요원인 에그시라는 두 남자를 중심으로 진행된 데 반해 본작은 그동안 남자 캐릭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기존 스파이 영화들과는 달리 뚱뚱한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운 원맨쇼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이런 영화를 보면 흔히 '스파이와는 거리가 한참 먼 평균 이하의 여자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훌륭한 스파이로 성장해 임무도 해결하고 멋진 남자와도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본작은 이런 고정관념마저 타파한다.
멀리사 매카시가 연기한 주인공 수잔 쿠퍼는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서 아무도 몰랐을 뿐 처음부터 액션과 변장 등 첩보 요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기술은 연마한 만능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 보통 '뚱뚱한 사람' 이라고 한다면 식탐이 많은 것, 게으르고 둔한 것을 유머 센스로 잡지만 수잔은 정반대로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구사하며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날뛴다.[1] 브래들리 파인 같은 다른 스파이 영화에서도 많이 봐온 멋지고 능숙한 남자 요원 캐릭터도 나오긴 하지만 영화에서 이들은 어딘가 다 하나씩은 약점이 있고 허당기가 있다. 수잔이 여자 스파이라고 해서 남자 요원들보다 부족하거나 보호를 받거나 하는 약한 존재가 아니라 남자 스파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히려 웬만한 남자들보다 믿음직스럽고 때로는 남자들을 이끌기도 하는 캐릭터로 표현된다.
이 점에서 본작은 현대의 액션 영화 중에서도 보기 드문 주체적인 여성상을 훌륭하게 녹여낸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는 같은 액션 장르 영화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도 일맥상통한다. 폴 페이그 감독이 페미니스트이기도 한데 페이그와 멀리사 매카시가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부터가 결혼식을 앞둔 여주인공과 신부 들러리로 서기로 한 여자 친구들이 모여 생긴 일을 유쾌하게 그린 '여자들의' 소동극이었다. 게다가 전작인 《히트》 역시 산드라 블록과 본작의 주연인 멀리사 매카시를 투탑으로 내세운 여성 버디 무비였다. 여성 캐릭터가 투탑으로 등장하는 영화 자체가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물지만 《히트》 역시 남다른 영화인 이유는 괴짜 취급 받는 여자 형사 두 명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액선 영화라는 점때문이다. 그동안 첩보물을 포함한 액션 영화에서 색기담당이나 붙잡힌 히로인 등 거의 한정적인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에게 성적인 도구가 아닌 특별한 개성을 불어넣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색다른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본작은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뚱뚱한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나오는 코미디 영화면 거의 대부분 외모 비하 개그나 끊임없는 식탐, 게으른 생활 태도 등을 보여주며 그 캐릭터를 희화화해 코미디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본작엔 그런 식의 개그가 없다.[2]
극중 누구도 수잔이 직접적으로 뚱뚱하고 키가 작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놀리지 않으며, 수잔은 멍청할 정도의 먹성을 보이거나 게으르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3]
무엇보다 이 작품이 페미니즘 영화로서 고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을 띄워 주기 위해 남성을 내리깎는 묘사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것이다. 보통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여주인공을 광내기 위해 멍청하고 무능한 엑스트라가 되거나, 아니면 여성을 억압하고 희롱하는 가해자로 그려지기 쉽다. 이것이 도가 지나치면 남성혐오 의혹을 받거나, '여성은 남성을 비하하지 않으면 유능해지지 못하는 존재'로 평가절하한다는 박평을 당하기 쉽다.
그에 반해 스파이의 남성 캐릭터들은 허당끼는 있을지언정 분명히 자기 역할은 다 하는 등장인물로서 존중받고 있다. 극중 수잔과 다른 캐릭터들이 보여 주는 코미디는 대부분 상황이 꼬여서 생긴 시추에이션 코미디이거나 슬랩스틱, 또 수잔의 화려한 말빨에 기댄 것이다.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식의 부적절한 코미디는 일절 없다.
매커시의 눈부신 활약 덕에 수잔의 화려한 육탄전을 볼 수 있고, 스파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 장면은 웬만하면 다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수잔이 거의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그를 받쳐주는 조연 캐릭터들도 자기 개성이 뚜렷하며 자기 몫을 잘 해내고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아주 잘 활용해 일품인 캐릭터 코미디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장르에서 스토리는 거의 소모품 취급을 당하며 허술하게 넘어가기 마련인데 정통 스파이 영화가 아니라서 《007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쫄깃한 맛은 좀 적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뒤통수를 여러 번 치는 반전이 있다. 그렇다고 그 반전이 억지스럽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편이다. 아주 탄탄하고 완벽한 플롯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보는 내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무리 없이 깔끔하게 결말을 짓는 편이다.
확장판에는 중간중간 고어하거나 성적인 장면들이 추가되았다. 레이나를 독살하려던 남자가 독이 든 칵테일을 마시자 목에 구멍이 뚫리고 죽는다던가, 수잔이 자신이 죽인 니콜라(Julian Miller 분)의 시체에 구토를 한다던가, 니콜라가 생전에 찍은 성기 노출 셀프 카메라가 나오기도 한다[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