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 하아... 하아... |
친타마니 |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들 거라고요. |
아라한 | 플래시백... 이었던 건가? 아니지, 난 아직 <멀린>으로써의 삶이 끝나지 않았는데... 그럼 이건 <누구>의 기억인 거야... |
친타마니 | 제 기억은 그만 읽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더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아라한 | 아, 그래. 이건 누군가가 플래시백을 체험한 기억이야. |
아라한 | 하긴, 내가 <최초의> 플래시백 체험자는 아니었겠지. 그래서 너도 날 익숙하게 안내해줄 수 있었던 거고. |
아라한 | 그래서 누구의 기억인 거지? 이렇게 고통스러운 운명만 골라서 플래시백을 체험했다니... |
아라한 | 내가 체험했던 것 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어. 마치 벌을 받는 것 처럼 끔찍했, 고... |
아라한 | 설마...... |
친타마니 | 알아내셨군요. |
아라한 | 그래, 이건... 인류의 역사에 남은 끔찍한 체험만 골라낸 플래시백이구나. |
아라한 | <프로메테우스>의 기억, 인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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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타마니 | 그렇습니다. 천계에서 프로메테우스 님께 내린 형벌. 그게 당신이 본 기억입니다. |
친타마니 | 억겁의 시간 동안 연옥에 갇혀, 인간계에서 일어난 가장 끔찍한 순간들을 반복해서 겪는 형벌을 받고 계시거든요. |
아라한 | 그 기억이 어떻게 너한테 있는 거지...? |
친타마니 | 프로메테우스 님이 저를 만든 이후의 세성에서 일어난 일을 들여다보는 건, 제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
친타마니 | 프로메테우스 님이 어떤 형벌을 겪고 있는지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
아라한 | 으윽... 사이코메트리 능력 덕분에 익숙해져서 어지간한 기억에는 흔들리지 않는데... 이건 정말 끔찍하구나. |
친타마니 | 아라한, 당신의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저의 운명도 끝납니다. 기억 읽는 건 여기까지만 해 주십시오. |
아라한 | 미트라 때처럼 기억이 쏟아져... 네 기억과 내 기억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어... |
친타마니 | 아라한, 지금 당장 저와의 정신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
친타마니 | 이대로면 당신도 무너지고, 제 운명도 끝나는, 최악의 결과에 다다르게 됩니다. |
아라한 | 잠깐... 잠깐 기다려줘. 이제 알겠거든.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 이제 알겠어. |
아라한 | 일단 네 말대로 정신 연결을 끊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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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타마니 | 괜찮으십니까? |
아라한 | 응. 그럭저럭... |
아라한 | 휴우... 그래도 원하던 정보는 찾았어. |
아라한 | ...... |
아라한 | 미트라는, 프로메테우스의 환생이 아니었구나. |
친타마니 | 제가 미트라 님께 처음 드러난 순간의 기억을 읽으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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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타마니(회상) | 아바타의 이름은 미트라. 원명(原名)은 ■■■■■■ 클래스는 트릭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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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 그래서 미트라는...... |
아라한 | 프로메테우스가 <플래시백>하게 될 대상인 거지? |
아라한 | 아직 제대로 각성하지 못한 상태지만 말이야. |
친타마니 | 그렇습니다. 미트라 님은 언젠가 프로메테우스의 플래시백이 깃들, <아바타>입니다. |
친타마니 | 아라한도 알듯이 대상이 사망하기 전,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생의 큰 변곡점에서 각성하는 것이 플래시백입니다. |
친타마니 | 사망하기 수 분 전일 수도 있고, 수십 년 전일 수도 있지만, 플래시백이 깃들 운명인지 아닌지는 태어날 때 정해지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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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타마니(회상) | 저랑 헤어지시면 옛날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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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 그 말... 혹시 플래시백이 각성한다는 걸 의미한 건 아니지? |
친타마니 | 미트라 님은 언젠가 삶의 변곡점에 접어들면, 프로메테우스 님으로 각성하게 될 운명입니다. |
친타마니 | 아마 지금쯤 미트라님께 전생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을 겁니다. |
아라한 | 각성이 시작되면 전생의 기억이 한꺼번에 들어와야 하는 거잖아. 서서히 떠오른다는 건 각성이 아니라... |
친타마니 | 아라한 님과 달리 미트라 님은 무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 그래서 발생한 차이입니다. |
아라한 | 그렇게 되면... 미트라는... |
아라한 | 잠시만. 미트라가 프로메테우스의 플래시백이 각성할 운명을 지녔다면, 왜 네가 미트라 몸속에 들어가 있던 거야? |
친타마니 | 무우대륙 시절, 프로메테우스 님과 루시펠 님의 의논 끝에 만들어진 게 저, 친타마니입니다. |
친타마니 | 마왕쟁탈전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면 절 이용할 기회가 주어지고, 그 다음번 쟁탈전까지 누군가의 몸에 숨겨져 있도록 만들어졌죠. |
친타마니 | 2대 마왕인 르시페로가 저를 이용해 가약 대신 새로운 악마의 계약을 만든 뒤, 전 다시 숨겨지게 되었습니다. |
아라한 | 그렇게 해서 숨겨진 곳이 미트라였다는 거야? |
친타마니 | 전 보통 가장 <무능한 악마>에게 숨겨지게 됩니다. |
친타마니 | 그 대상이 <메피스토펠레스>란 이름을 갖고 있던 미트라 님이었던 거죠. |
아라한 | 그럼 더 이상하잖아. 네가 미트라 몸에 숨겨지기로 결정되었다면. 더더욱 미트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바타로 선택되면 안 되는 거 잖아. |
아라한 |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친타마니가 주어지는 건, 천계에서 원치 않는 일일 텐데? |
친타마니 | 그 이유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친타마니 | 인간의 몸에 플래시백 되기를 반복하며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 천계에서 프로메테우스 님께 내린 처벌입니다. |
친타마니 | 그런데 왜 프로메테우스 님의 아바타로 악마가 선택되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친타마니 | 말 그대로 운명의 섭동 속 <이레귤러>가 나온 상황입니다. |
아라한 | <이레귤러>... |
친타마니 | <메피스토펠레스>, 미트라 님이 프로메테우스 님의 아바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
친타마니 | 프로메테우스 님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친타마니 | 다음번 쟁탈전이 끝나기 전, 프로메테우스 님이 플래시백을 하게 되면 저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친타마니 | 그렇게 인간과 악마, 차일드가 함께 사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다 소용없어졌습니다. |
친타마니 | 계시는 깨어졌고, 미래는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모든 게 끝나버렸습니다. |
아라한 | ...... |
친타마니 | 아라한, 아무리 부정해도 미트라 님이 프로메테우스 님의 아바타란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친타마니 | 궁금한 게 해소되었다면, 이제 저의 주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
아라한 | ...... |
아라한 | 내가 본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은 너무나 끔찍했어. |
아라한 | 네 말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유한한 인간의 고통을 반복해서 겪고 있었지. |
아라한 | 그런데도 프로메테우스의 마음속에서는 어떠한 분노도 찾아볼 수 없었어. |
아라한 |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어. 네 기억 속 프로메테우스는 완전무결한 존재이니까. |
아라한 | 하지만 난 알아. 실은 그런 게 아니란 사실을. |
아라한 |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떨어져 나간 영혼의 조각들, 프로메테우스의 환생들만 보아도 그래. 당장 길가메쉬만 해도, 성격은 좋지 않았지. |
아라한 | 본인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극심한 분노를 느낄 때마다 프로메테우스가 영혼의 조각을 분리해서 그랬던 거야. |
아라한 | 분노를 떠안고 분리된 존재들은 그래서 선량하지 않았던 거고. |
아라한 | 친타마니, 넌 전지전능하다고 하지만, 하나 틀린 게 있어. 넌 너의 소유주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어. |
아라한 | 억겁의 세월 동안 쌓여왔던 프로메테우스의 분노와 억울함을. 넌 알지 못했던 거야. |
아라한 | 프로메테우스가 미트라 안에서 각성을 끝마치도록 할 순 없어. |
아라한 | 미트라가 사라지는 것도, 모든 분노를 안고 그가 돌아오는 것도. 난 바라지 않거든. |
아라한 | 그러니 친타마니, 내가 너의 소유주가 되어줄게. |
친타마니 | 감사합니다, 아라한. 정말 감사합니다. |
친타마니 | 그럼 저와 소유주 계약을 맺어주시겠습니까. |
아라한 | 그래. 이제 나는 네 소유주야, 친타마니. |
친타마니 | 저는 이제 아라한에게 맞추어 재구성될 겁니다. |
친타마니 | 아라한이 줄 새로운 가치를 기반으로, 저는 사실상 새로 태어나게 됩니다. |
친타마니 |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라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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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 아아, 그렇구나. 난 친타마니의 힘과 능력, 그 자체를 얻게 되었구나. |
아라한 | 친타마니의 마음속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느껴져. 친타마니는 내 안에서 새로 구성되었다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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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타마니(회상) | 저는 이제 아라한에게 맞추어 재구성될 겁니다. |
친타마니(회상) | 아라한이 줄 새로운 가치를 기반으로, 저는 사실상 새로 태어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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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 이게 네가 말한 <재구성>이구나. |
아라한 | ...... |
아라한 | 그런데,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뭘까... |
아라한 | 상관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
아라한 | 퇴마사 협회를 세워, 퇴마사로 하여금 데미를 모으고 성물을 찾게 해야겠지. 그게 올바른 역사고, 내 사명이니까. |
아라한 | 어느정도 준비가 되면, 기나긴 잠에 들어야겠구나. 세상에 아라한이란 존재가 둘이 공존할 순 없으니... |
아라한 | 이시미와의 전투가 있는 날까지. 그리고 그 뒤에 손님이 찾아올 때까지 잠드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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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 후후후... 미트라... 이제 다시 만날 수 있겠네... 헤어지고 나서 너무 막막했는데... |
아라한 | 준비가 끝나면,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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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히 내 존재까지는 인식하지 못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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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회상) | 그런데,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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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타마니의 소유주가 된 건 <옳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미트라와 재회하면... 안 될 거야... |
??? | 내 영혼의 일부를 떼어내서 도망치긴 했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
??? | 이토록 작고 미약한 영혼의 목소리를 누가 들어줄까... |
??? | 아냐. 약해지지 말자. 아직 시간은 많아. |
??? | 언젠간, 내 목소리를 들어줄 자를 만날 수 있을거야. |
??? | 망자(亡者)의 한을 대신 들어줄 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