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철: 집에 돈 보냈어요?
조은산: 네.
지남철: 말도 없이 막 보내면 어떡해요? 그렇게 큰 돈을.
조은산: 막 안 보내고 살살 보냈어요. 늙으신 아버님 이빨도 없어서 밥도 못 드시다 돌아가시면 어떡해요.
지남철: 이건 횡령이에요, 횡령! 공금횡령!
조은산: 공금횡령보다 사장님 아버님 이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남철: 은산 씨, 뭘 모르는 모양인데. 이건 하늘이 두쪽나도 안 되는 거예요.
조은산: 그럼 아버님 이빨은 누가 해드려요? 사장님 아버님에게 돈 보탤 사람, 사장님 밖에 없잖아요. 아버님 이빨 하나 마음대로 못해드릴 거면 뭐하러 이 고생을 해요?
지남철: 아 그건... 이거 회장님이 아시면 나도 모가지고, 은산 씨도 모가지예요.
조은산: 모가지 잘릴까봐 겁나요?
지남철: 모가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죽어라 고생한 거 아무 소용 없어진다고요! 돈 떼먹은 도둑놈 취급 당하는 거 죽어도 싫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모가지 잘리고 싶지 않다고요!
조은산: 사장님 모가지 안 잘려요! 제 모가지 잘릴게요.
조은강: 나 너랑 못 헤어져. 우리 4년이야.
권태기: 미안하다 누나. 누나를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이건 아니야. 그 날,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누나네 집 부엌에 앉아있는 순간, 현타 오더라...
조은강: 부엌 아니고 거실...
권태기: 그래서 욕 한 번 크게 먹고 말자 결심한 거야. 미안해 누나. 나 좀 놔줘라.
나 때는 이러고 사는가보다 포기하고 살았지만, 시대가 달라.
지 서방한테 날개 달아주면 바로 날아갈겨!
그러니 지 서방 날아가면 워쩔겨, 너 혼자 애들 데리고 살 수 있남? 회사는 워찌카고? 그거 아무나 못햐...
험한 고철상 상대하고, 철거 팀 상대하고, 철강 회사 상대하고, 경찰도 상대하는 일이여!!
어휴... 애비는 늙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애비 말 들어.
비록 초등학교 밖에는 못 나왔지만, 밑바닥 인생 전전해서 세상 이치는 누구보다 빠삭햐.
애비가 재산 틀어쥐고 있어야 지 서방이 네 옆에 남는겨. 그래서 그런겨! 멍청아!
- 고물상
조은강 진짜 뒤끝 작렬이다... 네 친구는 씀씀이가 바다 같던데, 그래서 이름도 바다겠지만.
봐라. 네 친구는 커플링도 선물하는데 넌 뭔 강?
조은강 좋아하네... 넌 나쁜 강, 도랑물, 썩은 똥물이야.
- 권태기
(고차원: 좀 전에 풍선 불어날리던데, 은강 씨는 진짜 풍선 좋아해. 아기 같아.
풍선 보면 기분 좋잖아요, 설레고. 같이 막 날아오르는 것 같고...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힘들 때마다 풍선 하나씩 불면서 소원을 빌어서 날렸어요.
속상할 때 풍선을 불면 위로가 됐거든요.
(고차원: 그 어린 애가 속상할 일이 뭐 있다고. 오늘도 소원 빌었어요? 뭐라고 빌었어요?)
안 가르쳐줘요.
풍선은... 슬퍼요. 내 것 같은데 내 것이 아니에요.줄만 놓치면 날아가버리고, 언젠가는 터져버리고.이룰 수 없는 꿈처럼 안타까워요. 닿을 수 없는 사람처럼요.어쩌면... 가슴 속에 몰래 부풀려둔... 비밀스러운 욕망일지도 몰라요. 풍선은.
이제야 퍼즐이 맞춰져. 네가 하나하나 놓은 돌대로 바둑판이 움직였어.
너네 식구는 전부 바둑돌이었고.
우리 시댁에서 일하던 도우미 아줌마, 네 엄마잖아.
심부름할 때 부르던 택시 아저씨는 네 아버지고.
그보다 놀라운 건, 네 동생.
하나하나 짱박아서 무슨 이익을 얼마나 봤어? 기생충이니?
우리 언니가 말없이 폰 붙들고 그딴 시답지 않은 개소리나 듣고 있길래 킹받아서 쫓아왔어요. 마누라 친구랑 하룻밤 재미봐놓고 들통나니 어쩔티비 내배째라?
언닌 그쪽 식구들한테 별의별 짓 다 당하면서 견디고 있는데, 이렇게 애매한 스탠스가 얼마나 사람 마음 힘들게 하는지 아세요?
욕 먹는 게 겁나요? 욕 한 바가지 드신다고 안 죽습니다!
사랑은 적어도 미안하단 말 하지 않는 게 기본 상식이에요. 이딴 것도 사랑이라고. 할많하않입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