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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
잘 생겼다. 실력보다 외모 때문에 인기가 있다는 오해를 자주 살 만큼 훤칠하다. 다정하다. 타고난 성정이 그렇다. 늘 자신보다 남이 먼저다. 자신이 마음 아프고 슬픈 것보다도, 남의 마음과 기분을 먼저 살피고 자신의 속내를 감춘다. 지금껏 그렇게만 살아와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평생 뭘 많이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런지, 뭘 갖고 싶다, 가져야겠다고 욕심내 본 적도 없다. 뭔가를, 누군가를 ‘갖고’싶어 하는 것 자체가 준영에게는 낯선 감정이다.
어릴 적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 어렵게 한국예중에 진학했지만, 성격 무른 아버지가 계속해서 보증을 서는 바람에 결국 피아노를 그만 둘 결심을 해야 했다. 그 때, 기적이 찾아왔다. 그즈음 경후그룹에서 설립한 문화재단의 1기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 준영은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준영은 자신의 행복이 곧 다른 누군가의 불행의 값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준영의 장학금은 경후그룹의 당시 회장이었던 문숙이 외동딸을 사고로 잃고 받은 보상금에서 나온 돈이었고, 문숙에겐 외손녀, 그러니까 엄마를 잃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미국 줄리어드에서 바이올린 천재소녀라 불리던 아이, 이정경.
엄마를 잃고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정경에게 준영은 손을 내밀었다. 우리, 친구 하자.
그 돈을 받는 대신,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좀 편해지고 싶었다.
정경을 생각하며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한 곡인 ‘트로이메라이’를 치는 것이 하루를 여는 의식같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 곡을 연주하면 밤새 정경을 향해 가득 차올랐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비워낼 수 있었다. 이 마음은 우정일까, 연민일까, 부채감일까, 아니면...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 7년간 세계를 떠돌며 매주 2,3회씩 무대에 섰다. 그러다 지쳐 1년 간의 안식년을 갖기로 했고, 뉴욕에서 마지막 연주를 했다. 뉴욕, 정경이 공부하고 있는 곳. 그 날 준영은 깨달았다. 자신이 정경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마음을 지우기로. 문숙과, 정경의 돌아가신 어머니와, 정경을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현호를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준영은 정경을 향한 마음의 상징인 트로이메라이도 더 이상 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 때,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준영이 연주한 트로이메라이가 그 어떤 곡보다도 가슴을 울렸다는 한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