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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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연출 및 각본의 2022년 폴란드 영화로,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로베르 브레송의 1966년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2] 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일생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대한민국에는 2023년 10월 3일에 정식 개봉할 예정으로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영화로는 최초로 극장에 정식 개봉하는 작품이다.
2. 예고편[편집]
3. 포스터[편집]
4. 시놉시스[편집]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신비로운 곳이다. 우울한 눈빛의 회색 당나귀인 ‘EO’는 삶의 여정 속에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만나고,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행운을 재앙으로, 절망을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굴레를 겪는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5. 출연[편집]
- 사만다 드지말스카 - 카산드라 역
- 로렌조 주르졸로 - 비토 역
- 마테우시 코스치우키에비치 - 마테오 역
- 이자벨 위페르[5] - 백작 부인 역
- 사베리오 파브리 - 동물 훈련사 역
- 에토레, 홀라, 마리에타, 멜라, 로코, 타코[6] - EO 역
6. 줄거리[편집]
영화가 전반적으로 설명이 적고, 관객에게 해석을 맡기는 구간이 많기에 인과관계나 상황이 명확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
폴란드의 어느 서커스단에서 카산드라가 쓰러진 연기를 한 EO의 이름을 부른 뒤 EO가 다시 일어나자 관객들이 EO와 카산드라에게 박수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카산드라가 직접 EO를 데리고 가서 샤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EO라는 이름도 카산드라가 당나귀의 울음소리에서 따와 지어준 것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서커스단이 폐쇄되어 그렇게 EO와 카산드라는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 카산드라는 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운다.
카산드라와 헤어진 EO는 마굿간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람들로부터 배려 받으며 자유롭게 달리는 말을 바라본다. 새 마구간의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난 뒤 EO는 당근으로 만든 목걸이에 있는 당근 한 개를 따서 먹는다. 하지만 트로피 선반을 실수로 넘어뜨려 마굿간에서 쫓겨난다.[7] 이후 농장에 가지만 농장에서는 식사도 하지 않을 정도까지 심각해진다. 결국 벌목 현장에서 장애 아동[8] 의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노동에 투입된다.
그렇게 고된 노동이 이어지다 헤어진 카산드라를 극적으로 다시 만난다. 카산드라는 생일까지 기억할 정도로 EO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9] 그렇게 당근이 든 머핀을 주고서 "너의 꿈이 이뤄지길 바래. 행복해야 돼."라고 위로해준다. 이후 서커스단 당시 춘 춤을 보여주다 이제 가야 한다고 한 뒤 다른 동료가 태워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이에 EO는 울음소리를 내다 급기야 농장의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해 찾으려 했지만 그만 길을 잃어버린 바람에 다신 카산드라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EO는 어두운 숲길을 지나게 된다.[10] 겨우 숲길에서 벗어난 뒤 만난 것은 사냥꾼의 저격에 치명상을 입은 늑대였다. 하지만 EO는 늑대를 바라보다 터널로 이동한다. 마침내 시내에 도착한 EO는 상점 수족관에 있는 열대어를 관찰하며 인간 세상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방서에 의해 구조되는데 묶여있던 와중 주변에 있던 한 남자가 "무질서가 좋다"며 EO를 풀어준다.
근처에서 열린 축구 경기가 진행 중이던 축구장에 들른 EO는 한 팀의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걸 목격한다. 그 바람에 해당 팀이 지게 되자 패배한 팀의 팀원은 일제히 EO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승부에 대한 승복도 하지 않고 분노만 가득해 싸우기만 한다. 반면 이긴 팀에서는 EO를 마스코트로 승격시켜 EO만을 위한 성대한 축제를 열어준다.
하지만 패배한 팀의 팀원은 도무지 화를 추스를 수가 없었는지 급기야 흉기를 들고 승리 팀의 파티장을 습격해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사람과 EO를 폭행한다. 여기서 갑자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견을 연상시키는 로봇이 등장해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EO는 가까스로 구조된 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상태가 심각해 의사마저 왜 힘들게 하냐며 안락사를 권유할 정도였다. 이때 카산드라가 EO를 만지는 장면과 EO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교차된다. 그렇게 재활치료를 받은 뒤 다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모피 공장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죽음의 공포로 겁에 질린 여우의 죽음을 보고, 뒷발로 도살자를 걷어차 기절시켜버린다. [11]
그렇게 모피 공장을 나선 EO는 마테오라는 기사가 모는 트럭에 실러 운반되는데 마테오는 당나귀를 살라미용 말이라고 말해버리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가는 등 동물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무관심과 무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휴게소에서 마테오는 흑인 여성 노숙자에게 음식을 건네며 [12] 성관계를 제안하자 이에 격분한 여성 노숙자가 사라지고, 왠 흑인 남성 노숙자가 등장해 마테오의 목을 칼로 그어버린다. 경찰이 출동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EO가 기둥에 묶인 것을 보고 신부 바토가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바토는 카산드라처럼 다정하게 말도 건네고 당나귀로 만든 소세지를 먹은 적도 있다며 미안한 마음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비토도 엄밀히 말하면 카산드라처럼 진심으로 챙기려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계모인 백작 부인[13] 과의 논쟁에서 드러난다. 사실 비토는 도박을 하는 신부로 둘은 비토가 하는 도박에 대한 논쟁을 벌인다. 이 논쟁은 비토가 백작 부인에게 키스를 하려는 듯한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장면 중 하나로 해석이 분분한 편. 그렇게 둘의 논쟁으로 EO를 챙기지 못한 사이 EO는 카산드라와 함께 행복한 한때를 떠올린 뒤 마치 초능력처럼 문을 열고 다시 방황하기 시작한다.
EO가 한 방황의 클라이맥스는 커다란 댐에 위치한 다리에 올라 댐에서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실제로 보면 EO가 댐을 바라보는 장면 직후 댐에서 쏟아지는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 시퀀스 EO는 자발적으로 소가 도축되는 도살장에 입장한다. 입장하자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철제 문을 닫아버려 도망갈 수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EO는 도축을 위해 이동하는 소들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O가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화면이 암전된 뒤 미국 등지에서 사용하는 도축용 총인 캡티브 볼트 권총의 "픽!" 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EO의 죽음을 관객들에게 간접적으로 알려주며 영화가 끝난다.
7. 당나귀 발타자르와의 차이점[편집]
사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당나귀 발타자르도 당나귀가 죽는 걸로 끝나기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EO와 달리 발타자르는 인간을 떠나 동물들 사이에 둘러쌓여 자연사한다.[14]
참고로 당나귀 발타자르와 당나귀 EO의 사소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죽은 이후의 표정이다. 발타자르의 경우 양 떼 주변에서 주저앉아 쓰러진 끝에 죽는다. 그때의 표정을 잘 보면 희미하지만 분명히 미소를 짓는다. 마치 자신은 좋은 일생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EO의 경우 죽음을 맞이한 이후의 얼굴 표정이 전혀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EO가 곧 닥칠 죽음 앞에서 두려운 표정을 지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발타자르처럼 미소를 지었는지도 영화상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는 자본주의과 황금만능주의 앞에서 동물의 생명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당나귀 EO에서는 캡티브 볼트 권총 소리만 EO의 죽음을 암시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여기서 당나귀 발타자르와 당나귀 EO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생긴다. 발타자르의 사인은 누군가가 쏜 총으로 인해 생긴 총상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 혹은 폐혈증이다. 하지만 EO의 사인은 인간이 하는 도축에 의해 생긴 고의적인 총상이다. 거기에 더 차이가 나는 것은 두 당나귀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다. 발타자르는 양 떼를 보자 양 떼 틈 사이에 있다 쓰러지며 죽는다. 하지만 EO는 도살장에 자발적으로 들어간다. 사실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는 점을 생각하면 EO는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서 도살장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즉, 발타자르는 조금은 수동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인 당나귀라면 EO는 들어가게 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도살장에 들어가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여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8. 결말에 대한 해석[편집]
도살장에서 EO를 당나귀가 아닌 소로 생각하며 채찍을 치며 이동시킨 사람은 동물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도살장에서 일하며 매일 수많은 소들의 죽음을 목격하는 사람에게 이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를 사형에 비유해 말하자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음악도 불길한 느낌을 많이 전달하며 중간 중간에는 강한 느낌의 멜로디가 나와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음악은 EO를 위한 레퀴엠의 성격을 띄기도 한다. 즉, 도살장으로 이동할 때 나오는 음악은 EO가 지금까지 걸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함축적으로 요약하지만 동시에 이제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EO를 보며 느끼는 비참함과 슬픔을 레퀴엠이라는 음악 장르를 통해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캡티브 볼트 권총도 결말의 암울함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캡티브 볼트 권총은 한국에서는 불법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도축할 때 자주 사용하는 도축용 총이다.[15] 그런 의미에서 화면이 암전된 다음 캡티브 볼트 권총 특유의 "픽!" 소리가 등장했다는 건 EO가 캡티브 볼트 권총을 맞아 정신을 잃은 직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총을 맞으면 몸에서 힘이 풀리며 의미 없는 발버둥만 치게 된다고 하는데 그때 잠시지만 도축이 된 동물이 눈을 절로 감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스콜리모프스키 본인 인터뷰에 따르면 표면적인 동물권과 피카레스크식 인간사의 어두움도 있지만, 국외로 추방당해 커리어를 이어가야 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도 담겨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