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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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네가 칼을 차고 창과 표창을 잡고 나왔다만, 나는 만군의 야훼의 이름을 믿고 나왔다."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꺼내어 팔매질을 하여 그 불레셋 장수의 이마를 맞혔다. 돌이 이마에 박히자 그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사무엘상 17장 45, 49절 (공동번역 성서)
다윗은 나이 삼십에 왕위에 올라 사십 년을 다스렸다. 헤브론에서 칠 년 육 개월 동안 유다를 다스렸고, 예루살렘에서는 삼십삼 년 동안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다스렸다.
사무엘하 5장 4~5절 (공동번역 성서)
성경의 9, 10번째 권.
원래 한 권이었으나 분량이 너무 길어서 상권과 하권으로 나누게 되었다.
탈무드에 따르면 사무엘이 저자라고 하지만 사무엘이 이미 사무엘 상권에서 죽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다윗의 측근인 선견자 가드와 예언자 나단 또는 사무엘의 제자들이 정리한 역사를 바탕으로 신명기계 역사가들이 편찬했다고 본다.[4] 또는 문체와 내용의 배열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을 근거로 단일 저자가 사무엘, 가드·나단의 관련 기록을 참고하여 서술했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궁정의 음험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어서 열왕기와 같이 궁정 내관이나 궁정 역사가들 혹은 그들의 기록에 접근 가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서술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용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시점인 판관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왕정시대가 열리는 시점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과 초대 왕 사울, 그리고 골리앗을 물리치고 주목받게 된 다윗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구약에서 스토리 전개가 가장 흥미진진한 편에 속한다.
2. 내용[편집]
사무엘서는 하느님의 질서가 붕괴한 세상에,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울 사람(사무엘)이 불러들여지는 과정과, 그렇게 불러진 사람이 질서를 가져올 왕을 잘못 세우는 사례[5] (사울), 그런 실책을 극복하고 제대로 세워지는 왕의 모습(다윗),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이상적인 왕" 조차도 결국 잘못되어 무너짐[6] (마지막 장들)을 담고 있다.
제목은 사무엘이지만, 정작 사무엘은 상편에서 갑자기 죽어 퇴장해버리고, 이후 하느님의 질서를 가져올 왕으로써 다윗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물론,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불러져 일하는 사람(사무엘)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다.[7]
사무엘을 통해 다시 세워진 질서와, 그 질서를 세우고 지킬 "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열왕기에서 이어지는데, 사무엘서 끝 자락에서 언급되듯, 하느님의 백성들은 또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렇게 질서가 무너지고 다시 회복되는 일을 반복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모아 정리해주는 것이 역대기. 이를 끝으로 결국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없는 인생은 반드시 죽으리라고 선언된 그대로 영속하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으며, (노아와의 언약에 따라) 죽음의 선언에서 인생이 피할 수 있도록 무너지지 않을 왕, 곧 메시아가 세워질 것임을 알리는 것이 예언서들이며, 그렇게 나타날 메시아가 바로세울 질서를 위한 지혜를 담은 것이 소위 "성문서"들이다.[8]
이 메시아가 어떻게 올 것인지, 그리고 죽음의 선언에서 인생이 어떻게 구해질 것인지에 대해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 유대교와 기독교가 나뉜다.[9] 이런 이유로 유대교와 기독교가 서로 다른 구역 성서 배치 순서를 가지고 있으며, 유대교와 기독교 각 종교 내에서도 교파에따라 성서 배치가 다르다. 가장 꿈도 희망도 없는 배치(?)를 가진 것은 외경들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 교파들이다.[10]
2.1. 사무엘상 (사무엘기 상권, 1사무)[편집]
총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판관(사사) 시대 에브라임에 사는 숩 가문의 레위 사람 엘카나(엘가나)의 두 아내 중 하나인 한나의 이야기이다. 한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해, 남편의 다른 아내인 브닌나에게서 온갖 설움과 조롱을 당하고 있었다. 엘카나가 한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브닌나가 질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11] 게다가 한나와는 달리 브닌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둘이나 낳은 상황이었고, 이는 브닌나에게는 한나를 괴롭힐 좋은 구실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한나는 실로[12] 에 올라가 주님께 눈물로 호소하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하며, 만약 주님께서 이러한 기도에 응답하시면 아이를 나지르인(나실인, '하느님의 사람')으로 평생 바치겠다는 서약을 드린다[13] . 사실 이 기도는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서약[14][15] 중에 하나이다. 대사제(대제사장) 엘리가 그 광경을 보았다.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는 줄 알고 나무랐다가, 사정 이야기를 듣고 미안해한 뒤 위로해서 돌려보냈다.
이후 한나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예언자 사무엘이었다.
한나는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약속대로 사무엘이 젖을 떼는 3살이 되자 그를 대사제 엘리에게 맡겼다. 사무엘은 당시 실로 성소의 대사제였던 엘리의 시종이 되고, 엘리는 한나에게 사무엘을 대신할 아이들을 낳을 것이란 축복을 해주었다. 이후 한나는 엘카나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과 두 딸을 얻는다.
어린 사무엘이 성막에 왔을 당시 대사제[16] 엘리는 늙었고,[17]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18] 는 부패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모세가 정한 제사의 율법에 따르자면 주님에게 바치는 고기는 주님께 바친 뒤에야 사제들이 먹을 수 있었지만, 이 두 아들은 주님께 바치기도 전에 먼저 사제들 몫을 따로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린다.[19] 그것도 자신들이 원하는 부위로만 말이다. 본래 율법에 따르면 사제들의 몫은 흔든 가슴살과 들어올린 뒷다리인데 이들은 율법을 어긴 셈이다. 이것도 모자라 성스러운 성막에서 봉사임무를 맡은 여성을 건드리기까지 하는 등의 일들이 묘사된다.[20] 엘리는 이 기막힌 상황을 전해듣고 아들들을 꾸짖지만[21] 먹히지 않았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자기를 우습게 아는 이들 부자의 행태에 격노한 주님은 엘리의 집안을 벌하겠다고 결심한 터라 이를 사무엘에게 말씀하신다. 성경에 따르면 주님께서 자고 있던 어린 사무엘을 불렀고 사무엘은 엘리가 자신을 부르는줄 알았다. 엘리도 세 번째에서야 주께서 사무엘을 부르시는 것을 알고 대답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는 엘리의 총기기 심히 떨어졌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그리고 네 번째에 주께서 사무엘을 부르고 사무엘이 "주여 말씀하소서 주의 종이 듣고 있나이다." 라고 대답하자 주님은 엘리와 두 아들은 나의 뜻과 계율을 어기고 부패히 살고 있으니 내가 그 집안에 큰 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사무엘이 다음날 아침에 그대로 엘리에게 전한다.[22] 엘리는 사무엘이 전한 주님의 전언을 들은 뒤 일족의 운명을 직감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23]
이후 사무엘은 주의 율법을 전해들으며 이를 이스라엘 내 백성들에게 알리는 판관(사사)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주님의 예언대로 머지않아 이스라엘은 필리스티아(불레셋·블레셋)의 전쟁에서 패배해 엘리의 두 아들은 전사하고 하느님의 궤도 빼앗겼다.[24]
이때 베냐민 지파 소속의 병사가 옷을 찢고 산발한 머리에 재를 뿌린 뒤 실로로 달려와서 이 비보를 알리는데 98세의 늙은 엘리는 이 소식을 듣고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즉사(…),[25] 둘째 며느리는 임신 중이었는데 남편의 죽음을 듣고 충격으로 등을 구부린 상태로 분만하게 되어 난산하게 되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아이만 남긴 채 죽고 만다. 이때 산파들이 "두려워 마세요. 지금 건강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라 위로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죽으면서 아이의 이름을 '이카봇(이가봇)'[26] 이라고 짓는데, 이는 "하느님의 영광이 떠났다."라는 체념의 뜻이다.[27] [28]당일에 어떤 베냐민 사람이 진영에서 달려나와 자기의 옷을 찢고 자기의 머리에 티끌을 덮어쓰고 실로에 이르니라
그가 이를 때는 엘리가 길 옆 자기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그의 마음이 하나님의 궤로 말미암아 떨릴 즈음이라 그 사람이 성읍에 들어오며 알리매 온 성읍이 부르짖는지라
엘리가 그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이르되 이 떠드는 소리는 어찌 됨이냐 그 사람이 빨리 가서 엘리에게 말하니
그 때에 엘리의 나이가 구십팔 세라 그의 눈이 어두워서 보지 못하더라
그 사람이 엘리에게 말하되 나는 진중에서 나온 자라 내가 오늘 진중에서 도망하여 왔나이다 엘리가 이르되 내 아들아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
소식을 전하는 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도망하였고 백성 중에는 큰 살륙이 있었고 당신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하였고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나이다
하나님의 궤를 말할 때에 엘리가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니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더라
사무엘상 4장 12절~22절(개역개정)
한편 필리스티아인들이 빼앗은 궤를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전리품으로 놔뒀더니 다곤 신상이 첫날에는 넘어져 있어서 다시 세워놓자 다음날에는 오체분시되어 널부러져 있는 사건이 일어나고, 다른 도시로 옮기니 전염병이 창궐하는 재앙이 벌어지고 결국엔 필리스티아 내 전지역 주민들이 악성 종기에 걸리고 쥐까지 창궐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렇게 7달이 흐르고, 한 순간에 큰 재앙을 받은 필리스티아인들 모두 화를 내며 왕에게 따지고 결국 필리스티아 왕이 무당에게 자문을 구하자, 무당은 점을 친 뒤 "먼저 황금으로 종기 5개, 쥐 5개를 만들어 야훼께 제사를 드리시고,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암소 두 마리에게 수레를 맨 뒤, 수레에 성궤를 싣고 소 맘대로 가게 내비두십시오. 단 송아지는 외양간에 매 둬야 합니다. 만약 암소들이 이스라엘의 벧세메스로 가면 이 재앙은 야훼가 내린 것이니 제사에 따라서 우리를 용서해 주실 것이고, 소들이 새끼를 찾아서 외양간으로 가면 이 재앙은 그냥 우연히 일어난 겁니다."라고 한다. 소들은 곧바로 국경을 넘어갔고, 결국 궤가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궤가 돌아오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암소들을 잡고 수레를 패서 감사제사를 올린다. 돌아온 뒤에도 호기심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안에 뭐가 있나 보려다가 재앙으로 죽는 사태가 벌어진 뒤에, 사실상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옮겨올 때까지 바알레유다라는 곳의 아비나답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약 20년간 봉인된다.[29]
이스라엘이 필리스티아에 패배해 위기에 처했을 무렵, 성장한 사무엘이 등장해 이스라엘 전 국민을 미스바[30] 라는 곳으로 모으고 주님께 용서를 빌게 한다. 필리스티아가 이 소식을 듣고 미스바를 기습공격했지만 주님의 기상공격(!)으로 도리어 역관광당하고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판관(사사)가 되어 20년 넘게 이스라엘을 다스린다.[31]
사무엘이 늙자 사무엘의 두 아들인 요엘과 아비야가 판관(사사)직을 계승했는데, 뇌물을 받고 공정하지 못한 판결을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자[32][33] 이스라엘 백성들은 왕을 요구한다. 사무엘은 이에 크게 실망해 야훼께 기도를 드리고 주님은 왕정이 생길 경우 일어날 일을 알려주었지만[34][35] , 백성들은 우리에게도 왕이 있어서 저 이민족들의 왕처럼 우리를 다스리며 전쟁에 우리를 이끌고 나가 싸워야한다며 요지부동.[36] 결국 왕을 세우기로 하고 베냐민 가문 출신의 사울이 왕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아직 판관 시대와 왕정 시대의 과도기였던 탓인지,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중 쳐들어온 암몬군을 무찌르고[37][38] 정식으로 왕정의 체계가 갖춰진다.
그러나 사울은 왕이 된 후 사람이 달라져서 주님을 실망시키는 일을 저지르게 되고, 필리스티아와의 전투를 앞두고 대사제가 해야 할 번제를 사울 본인이 함으로 사무엘과 하느님의 분노를 사게 된다.[39] 결정적으로 주님이 명한 대로 아말렉 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아말렉 족의 모든 생명체들을 죽여야 했지만, 좋은 가축과 아말렉 왕 아각을 빼돌리고, 승전비를 세웠다가 사무엘에게 들켰다.
결국 하느님은 사울의 왕위를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선언을 하고 만다. 이때 나온 유명한 말이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40][41] 다급해진 사울이 사무엘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다가 옷자락이 찢어지자, 이처럼 하느님이 사울의 이웃에게 나라를 떼어줄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42] 사울이 살려두고 있던 아말렉의 왕 아각은 사무엘이 직접 죽이고,[43] 사무엘과 사울은 다시 보는 일이 없었다. 후술할 라마 나욧 일을 생각하면 이성을 지닌 채 사울이 사무엘을 알아보고 대화다운 대화를 다시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지만.
사무엘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베들레헴에 갔다. 사무엘은 차기 왕을 보러 간다고 하면 사울 왕에게 죽을 것이 분명하다며 어떡할 지 여쭙고, 이에 하느님은 암송아지를 끌고 가서 제사를 드린다는 핑계를 대라고 한다. 하느님의 명을 따라 시찰을 간 사무엘은 그곳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을 찾아 그에게 기름을 붓는다. 또한 다윗은 사울의 마음에 들어 시중이 되었는데, 사울이 악령에게 괴롭힘을 받을 때마다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아 성령을 받은 다윗이 수금을 켜면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다윗은 군대에 간 형들에게 식량 심부름을 갔다가 이스라엘을 도발하는 골리앗을 보았다[44] . 그가 하느님의 군대를 모욕했다 여긴 다윗은 사울에게 자기가 그를 해치우겠다고 말해 허락을 받고[45] , 물매로 골리앗을 기절시킨 뒤 그의 칼을 빼앗아서 목을 친다.
다윗은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되고 사울의 아들 요나단의 후원을 받게 되지만, 여인들이 "사울은 수천을 치셨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을 듣고 빡친 사울은 다윗에게 왕의 자리마저 가겠다며 경계하기 시작한다.[46] 사울은 여느 때처럼 수금 타던 다윗에게 창을 던졌지만 죽이지 못했고, 꼴도 보기 싫어서 그를 천인대장으로 임명해 전쟁터로 내몰았지만 연전연승해 역효과만 났다. 약이 오른 사울이 다윗을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아들 요나단 및 딸이자 다윗의 아내인 미갈이 그를 감싸서 목숨을 건졌다. 이때부터 다윗은 사울의 창끝을 피해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도망을 칠 당시 사무엘이 살고 있는 라마에 있는 나욧(예언자 학교, 예언자 공동체로 해석)으로 피했으나, 사울이 병력이 채 도달하기도 전에 병사들이 일제히 성령에 취해 예언을 하면서 맥없이 돌아가는 일이 발생한다. 세 차례 파병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자 결국 사울이 직접 쳐들어오지만, 오히려 라마 나욧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울 역시 성령에 취해 옷을 벗고 누울 정도로 인사불성이 되어 예언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사무엘 눈앞에서! 여튼 사무엘에게 있는 성령의 능력으로 계속 다윗은 보호를 받았지만, 이에 자기의 존재로 사무엘및 선지 생도들에게 누를 끼쳤다는 심적인 부담을 느낀 탓인지, 아니면 사울이 더 이를 갈고 크게 쳐들어올 것을 두려워했는지 모르지만, 다윗은 사무엘의 곁을 떠나 도주의 길에 다시금 오른다.
사울은 다윗을 끝없이 추적하고, 다윗은 필리스티아로 망명한다. 다윗은 2번이나 사울을 죽일 기회를 잡았지만 하느님이 지명한 왕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옷자락만 자르거나 창과 물병을 들고 나와서 사울에게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당신을 안 죽였다. 왜 나를 쫓아오느냐?"고 외친다. 사울은 그때마다 울면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지만 그때 뿐이었고 다시 다윗을 죽이려 들었다. 결국 다윗은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아예 적국인 필리스티아의 지역인 가드로 망명했다. 문제는 다윗이 골리앗에게 뺏은 검을 차고 있었는데 다윗은 사울의 치세 하에 수하 장수로서 필리스티아와의 여러 전투들을 수행해 이긴 전쟁 영웅이니만큼, 필리스티아에서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래서 다윗이 망명해왔을 때, 필리스티아의 고관들이 "이 새끼 사울보다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다윗 아님? 마침 골리앗 죽인 원수니 당장 잡아죽여야지 망명은 무슨ㅋ"이라고 하여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되자, 다윗은 그들 앞에서 대문에 몸을 비비고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척(…)을 하고, 필리스티아 가드의 왕 아기스[47] 는 "내 주변에 미친 놈이 없다고 진짜 미친 놈을 다윗이라고 데려왔냐?" 며 다윗을 내쫓아버린다. 이후 다윗이 아둘람 동굴에 은거한다는 소문을 들은 온갖 사회의 낙오자 400명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윗은 용병단을 구성하였고 600명까지 세를 불렸지만, 여전히 한 용병단이 한 나라의 군대를 피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다시금 필리스티아로 망명을 청한다. 이 때 필리스티아 왕 아기스[48] 의 눈에 들어 시글락이라는 본거지가 생기고 여러 전투로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과 싸워야 할 상황에 처한다. 애초에 다윗은 사울을 죽일 생각 따윈 없었기 때문에 그는 큰 고뇌에 빠진다. 만약 싸우게 되면 이스라엘 족속에게 매국노 취급을 받을 게 뻔하고, 거절하자니 객장이라는 아슬아슬한 위치가 마음에 걸려 기도하던 중 뜻밖의 희소식이 날아오는데, 다윗을 경계하던 필리스티아의 다른 부족들이 "이봐요, 히브리하고 전쟁하는데 히브리 인을 써먹는 거 너무 불안한데?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윗을?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하고 칭송받던 그 다윗이 뒤에서 히브리 인들과 힘을 합치면 뒷감당 어떻게 하시려고?" 하며 반대한 것. 결국 다윗은 본거지인 시글락으로 돌아가게 된다.[49]
한편, 하느님에게 버림받아 어떠한 방법으로도 대답을 얻지 못하고 사무엘 예언자마저 죽은 상황에서 필리스티아가 쳐들어오자, 공포에 휩싸인 사울은 엔돌이란 곳으로 가서 여자 무당에게 죽은 사무엘의 영혼을 불러서 예언을 들으려 한다. 그런데 진짜로 죽은 사무엘의 영혼이 나타난다. 이는 구약에서 죽은 자의 영혼이 나오는 유일한 부분이다. 무당이 자기가 불러놓고도 놀라는 황당한 내용이 압권.[50][51][52]사울의 부름에 노골적으로 성가심을 표하던 사무엘의 영혼은 "하느님께서 너를 떠나 네 적이 되신 지가 언젠데 이제와서 나를 찾느냐? 너와 네 아들들이 내일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하고 예언한 뒤 사라진다. 그 예언대로 이스라엘군은 길보아산에서 필리스티아 군대에게 참패를 당하는데, 요나단을 비롯한 사울의 아들들[53] 은 모두 전사, 사울은 비참한 상황이 절망하여 자살하는 것으로 사무엘상이 마무리된다.
2.2. 사무엘하 (사무엘기 하권, 2사무)[편집]
총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사무엘은 이미 죽었으므로, 다윗기나 다름 없다.[54]
주로 이스라엘의 2대왕 다윗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초대 왕 사울의 죽음을 다윗이 맞게되는 것부터 시작되어 다윗의 치적, 범죄(간음 및 살인)와 그에 따른 하느님의 벌(연이은 반란) 등으로 끝을 맺는다.
2.2.1. 본문(1~20장)[편집]
본거지를 습격하여 자신들의 재산과 가족들을 약탈한 아말렉 사람들을 쫓아가 죽이고 빼앗긴 것 모두를 다시 찾은 뒤 다윗이 시글락으로 돌아온지 3일째 되던 날, 사울 진영 소속 아말렉 소년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아말렉 소년은 죽음을 애도하는 자세를 하고 있었고, 소년의 증언을 들은 다윗은 처음으로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알게 되는데, 이 소년 병사는 자신이 큰 부상을 입고 괴로워하는 사울 왕을 본인의 요청대로 죽였다고 보고했다가, 기름부음 받은 왕을 시해한 죄로 처형된다.[55] 다윗은 사울과 더불어 가장 친한 인물이자 자신을 알아준 은인 요나단을 추모하는 활 노래를 지어 백성들에게 부르게 했다.
하느님의 명으로 헤브론에 올라간 다윗은 나이 30세에 유다 지파에 의해 유다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사울의 군장인 아브넬과 나머지 11지파는 마하나임에서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56] 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게 되는데, 2년 만에 이스보셋으로부터 아버지 사울의 후궁과 동침했다고 추궁받은 아브넬이 열받아서 다윗에게 전향했다.
그러나 아브넬은 곧 다윗의 오른팔인 요압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예전 싸움에서 그가 요압의 동생인 아사헬[57] 을 살해했기 때문이었다. 다윗은 아브넬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며 "넬의 아들 아브넬이 피를 흘리고 죽었으나, 나와 내 나라는 영원히 야훼께 죄받을 일이 없다. 그 죄는 요압의 머리와 그 가문에 돌아갈 것이다. 그 집안에는 성병환자, 문둥이, 물레질이나 할 자, 칼에 맞아 죽거나 굶어 죽을 자가 끊이지 아니하리라."라는 말을 한다. 아브넬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이스보셋도 곧 암살당해, 다윗에게 대항하던 세력은 와해된다. 암살자들은 이스보셋이 침상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배를 찌르고 목을 베어 다윗에게 가지만 악인이 의인을 침상에서 죽였다며 사형에 처하고 사지를 잘라 헤브론 못가에 매달았다.[58] 이스보셋의 머리는 아브넬의 무덤에 합장하고 장사를 지내라고 명했다.
이스보셋이 죽은 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나아와서 다윗을 이스라엘 왕으로 삼는데, 헤브론에서 5년 6개월을 더 머물다가 예루살렘을 빼앗고 다윗성을 세운 뒤 천도하여 33년을 더 통치, 총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다윗 성으로 법궤를 가져온 후 성전을 지으려고 시도하지만 하느님이 거부하여[59] 대신 성전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을 차곡차곡 잘 모아놓았다. 주변 나라들을 정복하여 영토를 에돔에서 유프라테스 강 상류 및 시리아까지 확장, 대왕국을 건설했지만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의 NTR 사건[60] 이후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삼남 압살롬의 반란과 죽음,[61] 베냐민 지파 사람 세바의 반란을 진압하던 중 압살롬의 장수였다가 다윗에게 발탁된 아마사가 죽는 일[62] 등으로 큰 심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2.2.2. 부록(21~24장)[편집]
이 부분에 기록된 흉년, 다윗의 유언, 인구조사는 20장까지의 이야기 흐름과 조금 동떨어진 듯한 내용인데, 기존 내용(1~20장)에 붙은 부록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삼년 기근을 해결한 것과 다윗의 노래 및 유언, 인구조사를 했다가 이스라엘 땅에 사흘 간 전염병이 창궐한 일 등이 서술되어 있다.
기근의 원인은 여호수아와 기브온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두고 맺은 계약을 사울이 어기고 기브온 사람을 전부 죽이려고 했기 때문인데, 기브온 사람은 아모리 족속 중 하나로 가나안 정복 당시 멸족을 당했어야 했지만 여호수아를 속여서 하느님의 이름을 두고 죽이지 않기로 계약을 맺은 탓에 대신 성막에서 나무를 패고 물을 긷는 종으로 삼았다. 기브온 사람들이 사울의 자손 7명을 넘겨 달라고 요구하여 절친이었던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만 빼고 넘겨주었는데 전원 목이 매달려 죽었다. 이후 사울의 첩이었던 리스바가 비가 쏟아질 (기근이 끝날)때까지 이 사람들의 시체를 돌보았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이 매달려 죽은 자들의 시체뿐 아니라, 길르앗 야베스에 있던 사울과 요나단의 시체까지 가져와서 사울의 가족묘에 합장해 준다.
사흘 간의 전염병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에게 화가 나서 다윗에게 인구 조사를 명했고, 다윗이 요압을 시켜 그대로 했더니 예언자 가드를 통해 3가지 벌칙 중 하나를 골라 내린 벌이었다. 나머지 2개는 7년의 기근과 3달간의 도피생활이다. 다윗은 하느님의 진노를 잠재우기 위해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올라가 제단을 세우고 제물을 바쳐 재난을 멈추었다.
3. 여담[편집]
- 한국의 개신교계 기업인 신원그룹의 플래그쉽 의류브랜드인 '신원 에벤에셀'의 에벤에셀은 여기 나오는 지명에서 따왔다. 뜻은 도움의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