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피어서 가을에 지거라, 아무럴 것 없는 일상을 홀로 곱씹으며. 번진 잉크와 구겨진 종이, 더 나은 단어를 담지 못해 버려져버린 경쟁하듯이 적어내렸던 연서에서, 난 무엇을 바라왔던가. 어여쁜 사랑의 추억만을 모아서, 표본을 만들어 간직해, 영원토록. 보답받지 못할 호의가 진심이라, 숨쉴 수도 숨질 수도 없는 채의 하바리움. 추구월에 피면은 겨울엔 살라라, 나무랄 것 없던 그날을 그저 또 되뇌며. 아무 뜻 없는 요란한 가사,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맹한 반주의 최근 들어서 유행하는 사랑노래에, 난 무엇을 바라왔던가. 가엾은 사랑의 추태만을 모아서, 표본을 만들어 간직해, 영원토록. 전해지지 못할 고백이 진심이라,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는 채니까……. 언제부터인가, 나 말이야, 널 사랑하는 나 자신에, 사랑에 빠졌나 봐. 지지 않는 꽃은 역시 흉하니까. 어여쁜 사랑의 추억만을 모아서, 표본을 만들어 간직해, 영원토록. 모르는 새 본말전도 된 진심이라,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부숴버린 하바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