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란 말도 옛말이다.
침묵이 다이아몬드인 세상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단 말도 옛말이다.
입 다물 때, 가진 몇 냥 겨우 지키는 세상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지퍼 잠그고 그냥 닥친 채 꼭꼭 숨어 나라도 지키자고.
위험천만한 영웅 될 바에 행인1이 되자고. 나대신 누군가는 나설 거라고.
그러자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세상엔 행인만 남게 되었다.
나는, 우리는, 누군가의 간절한 외침에 그저 지나가는 어른이 되었다.
멈춰버린 눈치게임처럼, 눈치만 볼 뿐 누구도 1을 외치지 않는다.
그러나, 비겁함을 무릅쓰고 택한 안전 속에서도 우리는 두렵다.
역지사지로, 혹시나 닥칠 나의 불행에 침묵할 사람들 때문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길어지는 침묵에 끝없이 이유를 갖다 붙이는 자신이 낯설기 때문이다.
고백한다. 그 두려움이 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이 드라마는 양들의 이야기다.
김양, 이양, 박양 등.. 양(孃)들의 이야기고, 목장 속 양(羊)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침묵의 이야기다.
양들은 침묵한다. 이유는 명료하다. 두려워서.
그러나 시끄러운 이야기다.
끝내 두려움을 딛고 양들은 목청 높여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이렇게 나의 침묵을 깨보려고 한다.
비로소 소리 낼 때, 행인1이 이름을 가지는 순간이 시작된다고 믿으며.
누군가의 눈물 앞에서, 손잡아 1을 외칠 내가, 우리가 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