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알현한 자/무력함

1. 1일차 밤[편집]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힘이 모자라 종한구에게 신기사 구출을 부탁했다. 기원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정원은 적막했다.

구석구석을 다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밤이 된 기원은 아주 깊은 밤에 빠진 것처럼 고요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줄곧 나 혼자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기 중에 물결 같은 파동이 일더니, 곧이어 익숙한 모습들이 나타났다.

「지휘사」 종한구! 너희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잖아. 그런데 오행진에......

말소리가 뚝 끊겼다. 시선이 종한구의 품에 쏠렸다. 팔이 밑으로 축 처지고 눈이 감긴 웬시가 있었다.

「지휘사」 무...... 슨 일이...... 있었길래......

「종한구」 웬시가...... 힘을 과하게 사용해서, 환력을 전부 소진했어요......

「지휘사」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웬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원해 준 웬시, 나를 가족이라고 말해준 웬시는, 이제...... 영원히 대답해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종한구」 도대체 왜......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오행진을 강화한 거예요...... 대체 뭘 발견했길래......

수많은 의문이 웬시의 죽음과 함께 땅에 묻혔다.

그녀와 함께 묻힌 건...... 동방거리의 모두가 미래에 대해 품은 반딧불처럼 약한 희망이었다.

연기가 자욱한 옥상 위. 한 사람이 여유롭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접경도시는 혼란에 빠졌다. 공포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발신하는 힘은 그 장본인조차 예상치 못한 힘이었다.

「히로」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잔인하게 죽여라. 인간이라는 것들이 바로 그런 존재니.

뒤쪽 검은 그림자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의 얼굴은 보랏빛 결정체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뒤에 있는 악마보다도 더 추한 모습이었다.

「달비라」 ...... 장애물은 사라졌습니다.

「히로」 결국 그녀를 죽였나? 달비라? 과거를 버린 너는 이걸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달비라」 아뇨, 그녀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거나 굽히지 않죠. 그녀는 그런 사람입니다.

「달비라」 자신의 힘이 이렇게 약한 줄 몰랐던 게 그녀의 치명적인 문제였죠.

「달비라」 단지...... 제게 그녀를 비난할 자격은 있을까요? 사람은 결국 혼자입니다. 그 누구도 믿거나 의지할 수 없죠. 그건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비라」 단 하나 다른 건 그녀는 이 세상을 선택했고 나는 나를 선택한 것뿐이죠.[보이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고통 속에서 이 세상을 지탱하는 걸 택했고, 나는 내가 살 길을 택했죠. 그것 뿐입니다.

「히로」 그녀도 결국 이상주의자일 뿐이다.

「히로」 이젠...... 마지막 장애물도 깨끗이 사라졌군. 그녀를 잃은 동방거리는 흩어진 모래알이나 다름없다. 우리 계획에 아무런 위협이 안 되지.

「히로」 자... 조용히 결말로 나아가자고.

이 세계의 또다른 신은 만능일지어니

【수첩】
마음은 굴뚝같지만 힘이 부족하여 종한구에게 곳곳의 신기사 철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기원에 왔을 때, 웬시가 한력 소진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웬시가 떠나면서 우리의 실낱같은 희망도...... 같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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