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구원/4일차

1. 4일차 아침[편집]

불안한 하룻밤이 지난 뒤, 전술 단말기로 또 다른 연락이 왔다.

「안화」 살아있나? 살아있으면 중앙청으로 와.

... 그에게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우선 중앙청으로 돌아가자.

중앙청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시설 운영을 유지하는 인원과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은 온데간데 없고, 내 발자국 소리만이 텅 빈 로비에 울려 퍼졌다.

회의실에 가까워 질 수록... 전투의 흔적이 선명해졌다. 서로의 힘이 부딪혀 움푹 패인 땅과... 벽에 가득한 탄흔...

「안화」 무사히 돌아온 모양이군.

폐허의 한가운데, 안화는 간신히 정리한 작업 구역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그가 중앙청에서 마지막까지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유일한 곳일 것이다.

「지휘사」 무슨 일이야?

「안화」 어제 네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앙투아네트는 히로가 고의로 신기사를 유해화시키는 영상 증거를 확보했고, 7인대와 함께 히로를 탄핵하려고 했다.

「지휘사」 신기사를 고의로 유해화...

「안화」 나도 탄핵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히로는 높은 확룰로 중앙청과 결별하려고 했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싸우고 싶진 않았겠지.

「안화」 그가 중앙청과 대립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놓친 부분들이 히로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 같군. 그는 분명 우리가 아직 모르는 패를 감추고 있을 확률이 커.

「안화」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그는 곧장 중앙청의 "위협" 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지휘사」 탄핵 회의가... 전장이 된 건가?

「안화」 보다시피.

「안화」 히로는 다른 한 명의 지휘사를 제거할 거라고 위협했다——바로 널 말이지.

「지휘사」 뭐——?!

「안화」 다행히도 그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너는 그 회의에 없었지.

「안화」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 봐.

안화는 TV를 틀었다. 모든 채널이 다 같은 내용이었다.

「기자」 ... 중앙청은 내부 파벌의 분열로 인해 회의 중에 마찰이 생겨, 신기사들 간의 전투로 이어졌다는 거군요.

「히로」 이 부분은 정정하죠. 중앙청은 회의에서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 새로운 지휘사를 얻었으니 확실하게 권력을 독재하고 싶은 거겠죠.

「히로」 증거 영상은 이미 넘겼습니다. 판단은 자유지만, 저에겐 결코 진실을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화면은 중앙청의 CCTV 영상으로 바뀌었다. 비록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두 팀이 극명히 나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회의에 참가한 것은 7인대... 아니, 8번째 사람도 나타났다. 그리고 모두가 새로 나타난 그림자가 이 분쟁의 도화선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 가장 먼저 공격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에뮤사였다.

「지휘사」 어째서...?

「기자」 이 영상을 보니 더 확실해졌습니다! 본래 흑문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신기사 조직이 지금은 위협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히로」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 다치긴 했지만, 전 이미 안전하게 철수했으니 말이죠. 그리고 이성이 있는 대부분의 신기사도 저와 함께 중앙청을 나왔습니다.

「히로」 우리는 앞으로도 흑문을 봉쇄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며, 접경도시의 안전을 보장할 것입니다. 시민들을 위해서 중앙청은... 더는 접촉하지 않는 편이 좋겠죠.

프로그램 속의 히로는 여전히 다른 부분에 대한 믿음을 지켜나가겠다고 하고 있었고, 진행자는 시청자 소통 코너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TV뿐만 아니라, 모든 간행물, 그리고 인터넷 뉴스 역시 같은 사건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안화」 영상에는 먼저 공격한 달비라의 그림자가 안 보일 거야. 그래서 에뮤사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보이겠지.

「안화」 히로는 중앙청을 배신했고 앙투아네트는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어. 7인대의 절반 이상은 히로에게 넘어갔고. 순식간에 곤경에 처한 꼴이 돼 버렸지.

「안화」 하지만 히로가 놓친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너야.

「안화」 넌 아주 무사하게 이곳에 서 있지.

「안화」 지휘사가 남아 있는 한, 설령 중앙청에 남은 신기사가 한 명뿐이어도 계속 싸워나갈 수 있어.

안화의 간단한 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 난 여전히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지휘사」 응, 나도 도울게——

그렇게 말을 하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 먼저 정리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화가 그런 나를 말렸다.

「안화」 지휘사라면 파괴된 기지 복구 작업을 하는 것보다 좀 더 전략적인 업무를 하는 게 좋겠지.

「안화」 만약 히로의 다음 움직임을 포착해내거나 중앙청 쪽에 서려고 하는 신기사를 찾게 된다면, 판국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다.

「지휘사」 알았어. 방법을 찾아볼게.

그리고 날 더욱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예를 들어... 와타리의 곁.

만약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다면, 중앙청을 짊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와타리의 아버지인 존 타크의 후원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자료를 빼앗으러 온 슌...

모든 것이 더 거대한 음모와 관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와타리의 몸에는 여전히 많은 단서들이 얽혀 있다.

「지휘사」 어제 가기로 약속했었지. 지금 레이첼의 연구실로 가봐야겠어.

「레이첼」 오, 역시 왔구만. 꼬마 아가씨는 이미 깨어났어. 하지만 기운이 없는지... 아무리 농담을 해도 웃지를 않더라구... 네가 한 번 봐봐.

「지휘사」 아, 그 전에... 네 주방을 좀 빌려도 될까?

「레이첼」 주방?

「지휘사」 응, 잠깐이면 돼.

15분 후——

「지휘사」 와타리? 들어갈게.

병상에 앉아 있는 소녀는 여전히 창백하고 쇠약했으며,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 보였다.

낯선 병실에 있어도, 레이첼의 농담에도, 또 나의 출현에도 그녀의 닫힌 마음은 미동도 없었다.

「와타리」 ......

「지휘사」 왜 그래?

「와타리」 집에 가고 싶어요...

와타리의 집이라면 해저 연구소의 폐허를 말하는 거겠지...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텐데...

「지휘사」 그럼 우선 배부르게 먹자. 그래야 돌아갈 힘이 생기지.

「와타리」 ......

「지휘사」 혹시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아? 만약 싫어하는 게 있다면 알려 줘. 바로 바꿔줄 수 있으니까.

「지휘사」 아침은 안에게 배워서 꽤 자신 있는 요리라고. 정말 안 먹을 거야?

「와타리」 ... 왜요?

「지휘사」 응?

「와타리」 지휘사 님은 와타리가 집에 못 돌아가게 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와타리」 모든 사람이 와타리한테 그랬어요, 어서 그곳에서 떠나라고요......

「지휘사」 와타리가 어디에 가는 걸 떠나서, 일단 따뜻한 아침밥을 먹었으면 좋겠어.

「와타리」 ......진짜요? 밥 다 먹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정말로...... 다른 요구는 없는 건가요...?

「지휘사」 없어. 그냥 아침밥을 주고 싶은 것 뿐이야.

와타리는 그제서야 시선을 내려 그릇 위의 음식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유리알 같이 공허했던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들어왔다.

「와타리」 ......잘 먹겠습니다.

와타리는 멍한 표정으로 마치 기계처럼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잘랐다. 마치 군용 비상식량 또는 영양제를 먹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와타리의 눈이 휘둥그래졌고, 음식을 먹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지휘사」 어때...?

「와타리」 ...... 맛있어요.

비록 미소를 짓진 않았지만, 와타리의 대답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런 평범한 아침 식사라도 만족해서 마음을 살짝 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짧지만 따듯했던 아침 식사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반 잔 가량 남은 우유를 들고 있던 와타리는 다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지휘사」 더 먹고 싶은 거야? 좋아. 그럼 레이첼의 식량 창고를 마저 털러 가 볼까~

「와타리」 아, 아니요...... 충분해요.

「와타리」 그, 지휘사 님이 만들어 주신 아침밥, 정말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와타리」 그, 레이첼이라는 분도 절 구해주신 거죠. 정말 열심히 농담을 해주셨는데, 고마워할 기회가 없었어요...

「지휘사」 하하하, 내가 레이첼에게 전해줄게.

「와타리」 ... 와타리, 이제 집에 돌아가도 되나요?

「지휘사」 아침도 잘 먹었으니, 이제 데려다줄게. 지금 혼자 해저 연구소로 돌아갔다간 또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와타리」 위험해요? 또 다른 사람이... 아빠의 유품을 강탈하려는 건가요...

「지휘사」 어쩌면. 어제 그들이 완전히 뺏지 못한 것도 있고... 그리고 히로 쪽도...

「와타리」 히, 로...?

「지휘사」 아는 이름이야?

「와타리」 언제 한 번 아빠가 통신 너머의 사람을 그렇게 부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와타리는 대화 내용까지는 보지 못했어요. 그저 조금 들었던 것 때문에 혼난 적이 있었어요...

「지휘사」 해저 연구소의 실험과 히로의 음모가 관련이 있는 건가...

「지휘사」 역시 지금 해저 연구소는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그도 아마 아직 내부의 자료를 포기하지 않았을테고, 다시 자료를 빼앗으러 오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와타리의 표정이 굳어버렸고, 아침밥을 통해 힘들게 만들어낸 따뜻한 분위기도 식어버렸다.

「와타리」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와타리한테 말씀하셨잖아요.

「와타리」 전에도 지휘사 님이 구해주셨잖아요? 와타리가 구해달라고 했을 때, 지휘사 님이 오셨잖아요.

「와타리」 다음에도 지휘사 님이 와타리를 구하러 올 거예요... 그러니까, 와타리 혼자서 집에 있어도 문제 없어요.

... 어느 정도는 와타리의 믿음을 받고 있는 건가?

「지휘사」 알았어. 다음에 와타리가 위험에 빠진다면, 반드시 또 달려올게.

「지휘사」 미안해. 방금은 긴장해서... 너무 강하게 말했지... 집에 데려다 주기로 약속했으면서... 자, 가자.

「와타리」 아... 그게, 와타리는 집에 갈 때... 길을 돌아서 가고 싶어요.

「와타리」 듣, 듣기로 동방거리에... 사... 사자가 서 있는 가게가 있다고.......

「와타리」 ......... 레이첼 선생님이 말해 주셨어요.

「지휘사」 문제없어. 여기 저기 다니다가 "빙 돌아서" 가는 것도 괜찮아. 자, 가자.

그 미약한 날개를 선택했다. 겪어온 나날들,
그것을 보호하고 싶다.

【수첩】
중앙청은 연락을 회복했고, 안화한테 중앙청이 분열된 경과를 들었다.
지금처럼 위급할 때엔 전투력 하나하나가 무척 귀중하다. 나도 와타리를 보호해야 한다. 와타리 체내의 힘을 계속 키워나가도록 하자.

2. 하얀 약물 60%[편집]

「세츠」 [ 와타리 그 아이 말인데... ]

네가 해저 연구소에서 엄청 귀여운 아가씨를 구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최근 교회 본부에서 특별 신부를 파견했지. 듣기론 해저 연구소와 히로의 일을 중계한다고 하던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교회와 그들이 은밀한 거래를 한 것 같아. 특별파견된 신관이 중요한 정보를 건네주는 대신 "또 다른 지휘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아마 너라고 생각해. 중앙청에서 사고가 막 터졌는데 만나고 싶은 인물이 히로 그 녀석은 아닐 거 아냐.

세츠가 그런 생각까지 할 줄이야...

그 의심하는 말투는 대체 뭐야? 이래봬도 신관이라고! 우선 빨리 고등학교 옆에 있는 교회로 와. 아참, 그 귀여운 아가씨도 함께 데리고 오는 거 잊지 마! 그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 미약한 날개를 선택했다. 겪어온 나날들,
그것을 보호하고 싶다.

【수첩】
세츠의 메시지를 받았다. 새로 온 신관이 해저 연구소와 히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와타리까지 보고싶다고 하니, 그녀와 함께 고등학교에 있는 교회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자.

3. 대학 캠퍼스 순찰[편집]

「세츠」 내 예상보다 일찍 왔네, 진짜 빠르구나.

「와타리」 ... 안녕하세요...

「세츠」 안녕. 음... 엄청 귀여운 아이네, 이렇게 지휘사 옆에 있는걸 보니 꼭 지휘사 의 여동생 같아.

「와타리」 여동생이 아, 아니에요...

「세츠」 하하하 알아, 그냥 비유한 거야.

「세츠」 따라와, 교회와 고등학교 사이가 짧아서 일부 잔디밭은 공유하고 있어.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 편하게 이야기하기 좋을거야.

「지휘사」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그럼 신도들은...?

「세츠」 응. 없어.

「지휘사」 없다고!?

「세츠」 아, 완전 없는 건 아니지. 아마... 매주 예배드리는 날이 아니면, 평소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오는 사람은 없어.

「세츠」 신도가 적다고 너무 그렇게 놀리지 말라고, 지휘사 도 안화한테서 못된 것만 배웠구만..

「세츠」 여기면 제대로 된 얘기를 할 수 있겠어...

「지휘사」 아,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교회와 히로가 함께 연구했다는 게 대체 뭐야?

「세츠」 그건——

「? ? ?」 그건 여기 있는 아가씨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와타리」 ......?

「? ? ?」 처음 뵙겠습니다, 젊은 지휘사님. 그리고... 백색의 소녀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낯선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흔들리는 나무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가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스카리오」 저는 교회의 추기경 이스카리오입니다. 해저 연구소 실험의 뒷처리를 위해 특별 파견된 신관이기도 하죠.

「지휘사」 안녕하세요...

「이스카리오」 저는 복음회 소속인 세츠와는 권한과 직책이 다릅니다. 해저 연구소에 관련된 실험도 그에겐 항상 비밀로 했었죠.

「이스카리오」 세츠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책망하지 마세요, 그는 몰랐으니까요.

「세츠」 이제 이 이상 기괴한 비밀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스카리오...

「이스카리오」 그건 사도좌 이사회에게 물어봐 주세요.

「지휘사」 해저 연구소의 실험이... 교회랑 관련이 있다고?

「와타리」 ... 당신은... 저희 "아빠"를 알고 계셨나요...?

「이스카리오」 음? 자신보다 존 타크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다니... 정말 상냥한 아이군요.

「이스카리오」 저는 존 타크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교회가 해저 연구소에서 발생한 죄악의 실험 배후였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히 교회 일부 사람들의 뜻도 들어있었으니까요.

「세츠」 ... 야!

「이스카리오」 지금은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존 타크와 히로의 조합은 완벽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스카리오」 그래서 제가 특별 파견 신관으로 와서 관계자들을 수습하게 되었습니다.

「이스카리오」 중앙청에서 이미 무고한 아이들을 잘 도와주었다니 정말 안심입니다. 그렇게 되면 명단에서 처리해야 할 사람이 한 명만 남게 되죠...

「이스카리오」 바로 기존 중앙청의 창립자 중 한 명이며 교회와 존 타크 중재인, 지휘사인 히로입니다.

이스카리오는 기대를 담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스카리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저희는 같은 전선에 서 있는 것입니다.

히로를 견제하기 위해 나와 손을 잡은 이 특별 파견 신관은 오늘 오후 동안 스스로 교회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이스카리오」 당신은 교회에 대해 잘 모르시죠? 보아하니 평소 시민들을 위한 복음회의 업무도 잘 진행되지 않은듯 하군요.

「세츠」 크흠... 그런 난해한 것들은 그냥 적당히 설명해도 된다구.

「이스카리오」 "나는 육체라는 옷을 통해 슬픔과 고통을 감내했으며, 그들을 나를 그 속에 집어던졌다. 아무리 옷을 벗어던져도 여러 번 입게 되며, 끊임없이 저항한다..."

「이스카리오」 《비장》의 한 구절입니다.

「세츠」 하지만, 우리 교단에 전해 내려오는 가르침 중에 오묘한 구절이 남아 있지.

「세츠」 윤회 속에서 한 영웅이 재앙을 이겨내고, 생사가 반복되는 속박에서 벗어나, "신"이 있는 빛의 저편으로 갈 것이다.

「이스카리오」 흑문이 처음 출현했을 때 교회의 신도들은 한동안 광적인 기쁨으로 가득찼습니다.

「이스카리오」 그것이야말로 "재앙"이었습니다. 용감하게 흑문을 통과하는 자가 "저편" 으로 가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스카리오」 교회도 당시 세계 각국의 흑문을 닫어버린 히로에게 연락을 취해, 저편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길에 동행하자고 권유했습니다.

「지휘사」 설마 교회는... 히로가 그 흑문을 통과할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스카리오」 ...이 다음의 이야기는, 작은 자매분이 없는 곳에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스카리오는 고개를 돌려 와타리를 바라봤다.

「와타리」 ...와타리도 알고 싶어요.

「와타리」 "아빠" 가 전에 무엇을 했었는지... 와타리, 그리도 다른 실험 동료들은 무엇을 위한 건지...

와타리는 남을 수 있게 해달라는 듯, 이스카리오가 아닌 나를 바라봤다.

나는 와타리의 손을 잡아 그녀의 선택을 응원했다.

「지휘사」 만약 와타리가 알고 싶다면, 난 어떻게든 진실을 알려 주고 싶어.

「이스카리오」 하하... 알았어요.

「이스카리오」 교회는 지휘사인 히로에게 우리가 진행하는 흑문 연구를 도와달라 요청했습니다. 흑문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히로에게 충분한 자금과 정보를 제공하였죠.

「이스카리오」 그가 저편에 도달할 수 있는 자인지에 대한 여부는, 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스카리오」 히로는 우리를 대신해 존 타크를 찾았고, 그를 흑문 관련 실험 책임자로 임명했죠.

「세츠」 하지만, 존 타크의 실험은 왜곡된 방향으로 향했지...

「이스카리오」 와타리 씨를 포함한 모든 실험체들은 모두 흑문보다 무서운 존재가 되는, 세계를 멸하는 재앙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와타리 역시 "재앙"으로 키워진 아이 중 하나였다...

이스카리오가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지 차가운 침묵이 우리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이스카리오」 해저 연구소가 무너진 후, 우리는 교회에서 진행한 흑문 연구가 히로에게 이용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곳은 인공 재앙의 실험장이 되어버렸죠.

「이스카리오」 제가 접경도시에 온 이유도 직접 이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지휘사 히로는 극도로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어떤 사람보다 잘 알고있죠.

「이스카리오」 진정으로 지휘사와 맞서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휘사의 도움이 필요하죠. 지휘사 , 이것이 우리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황혼이 내려앉을 쯤에서야 모든 정보를 교환하고 임시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

와타리는 줄곧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더 이상 존 타크에 대해 말하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에겐 이미 모든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일까...

비밀회담이 종료된 후, 세츠가 우리를 배웅해줬다.

「세츠」 미안해, 이스카리오가 이걸 너무 가볍게 얘기해버려서...

「세츠」 너희들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교회였어... 미안해, 와타리.

세츠는 와타리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와타리」 ... 왜 사과하시는 건가요?

와타리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거절도, 관용도 아닌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세츠가 괴로워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와타리」 와타리는 오늘 즐거웠어요.

「와타리」 마침내 알게 됐어요. "아빠"는 와타리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지, 어떻게 해야 만족하는지...

와타리는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마치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속이면 진실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처럼——

「세츠」 ... 와타리, 내가 말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가 "아빠" 의 염원에서 벗아났으면 좋겠어.

「세츠」 해저 연구소의 실험은 이미 끝났잖아.

「세츠」 우리는 아직 윤회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계속 "저편"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이건 수지타산에 안 맞는 일이잖아...

「세츠」 어딜 가고 싶은지, 누구 옆에 남고 싶은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 와타리가 결정할 일이야.

「와타리」 ...와타리가... 정해요?

「세츠」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너와 지휘사 (은)는 분명 정확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함께 어른이 되면 돼.

세츠는 따뜻한 손으로 나와 와타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세츠」 "신이시여. 이 윤회 속에서 두 사람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그 미약한 날개를 선택했다. 겪어온 나날들,
그것을 보호하고 싶다.

【수첩】
교회의 이스카리오를 만나자, 그는 나에게 해저 연구소의 연구 및 히로, 존 타크 그리고 교회의 관계를 알려줬고, 와타리의 하얀 날개의 힘은 이스카리오의 관심을 끌었다.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 이제 계속해서 와타리의 하얀 날개의 힘을 강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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