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양조
덤프버전 :
1. 개요[편집]
「노나라의 군주가 새를 기르다」라는 뜻으로 장자,莊子,에서 유래한다.
훌륭한 뜻도 상황이 부합해야 이룰 수 있으며, 이를 살피지 않으면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가 좋지 않음을 가리킨다.
2. 상세[편집]
안연,顔淵,이 동쪽에 위치한 제나라에 가려고 할 때 공자에게 걱정하는 기색이 있었다. 자공,子貢,이 자리에서 내려와 질문했다.
“제가 감히 묻겠습니다. 회,回,가 동쪽 제나라에 가는데 선생님께 근심하는 기색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옛날 제나라의 재상,宰相, 관자,管子,가 한 말을 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그 말은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퍼 올릴 수 없다.’는 말이다. 무릇 이와 같은 말은 운명은 결정된 바가 있고, 형체는 꼭 맞는 것이 있다고 하는 뜻이다. 무릇 사람의 능력,人爲,으로 덜어낼 수도 없고 보탤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은, 안회가 제나라 임금을 향해 요‧순‧황제,堯‧舜‧黃帝,의 도를 이야기하고 다시 수인씨‧신농씨,燧人氏‧神農氏,의 말을 더 보태게 되면 제나라 임금이 장차 안으로 성인의 도를 자기에게서 찾으려다가 얻지 못할 것이고, 얻지 못하게 되면 의혹이 생길 것이니, 의혹이 생기게 되면 안회가 도리어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너는 유독 듣지 못했는가. 옛날에 바다새가 노나라 수도의 교외에 날아와 머물러 있었는데 노나라 임금이 맞이하여 묘당에서 주연을 베풀고, 구소,九韶,를 연주하여 음악으로 삼고, 태뢰,太牢,의 음식을 갖추어서 상을 차렸는데, 새는 마침내 눈이 어찔어찔해지고 두려워하고 슬퍼하여 감히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감히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다가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이는 노나라 임금이 자신을 봉양하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고 했고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바다새를 길렀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릇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는 자는 마땅히 깊은 숲 속에 깃들게 하고, 넓은 들판에 놀게 하며 강호,江湖,에 떠다니게 하며 미꾸라지나 피라미를 먹게 하고, 자기와 부류가 같은 새들의 행렬을 따라다니거나 함께 머물러 있게 하며, 있는 그대로 만족스럽게 지내면서 살게 해야 한다. 저들은 오직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어찌 저 떠들썩한 시끄러운 인간의 음악을 연주해대는 것인가."
"함지,咸池,나 구소의 음악을 대자연,洞庭,의 들판에서 성대하게 연주하면, 새들은 그것을 듣고 날아가 버리며 짐승들은 그것을 듣고 달아나며 물고기는 그것을 듣고 물속 깊이 내려가 버리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그 둘레를 에워싸고 감상한다. 물고기는 물에 머물러 살지만 사람은 물속에 머물면 빠져 죽는다. 물고기와 사람은 반드시 서로 좋고 싫어함을 달리한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 성인,先聖,들도 그 능력이 한결같지 아니하며 일의 공적,事績,도 같지 않은 것이다. 일컫는 이름은 사실에서 멈추며 올바른 도리는 꼭 맞는 경우에 성립되니 이런 경우를 일러 만사에 일을 해가는 도리,條理,가 통달해서 행복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顔淵東之齊 孔子有憂色 子貢下席而問曰 小子敢問 回東之齊 夫子有憂色何邪 孔子曰 善哉汝問 昔者 管子有言 丘甚善之 曰褚小者 不可以懷大 綆短者 不可以汲深 夫若是者 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 夫不可損益 吾 恐回與齊侯 言堯舜黃帝之道 而重以燧人神農之言 彼將內求於己而不得 不得則惑 人惑則死 且女 獨不聞邪 昔者 海鳥 止於魯郊 魯侯御而觴之于廟 奏九韶以爲樂 具太牢以爲膳 鳥乃眩視憂悲 不敢食一臠 不敢飮一杯 三日而死 此以己養 養鳥也 非以鳥養 養鳥也 夫以鳥養 養鳥者 宜栖之深林 遊之壇陸 浮之江湖 食之鰌䱔 隨行列而止 委虵而處 彼唯人言之惡聞 奚以夫譊譊爲乎 咸池九韶之樂 張之洞庭之野 鳥聞之而飛 獸聞之而走 魚聞之而下入 人卒聞之 相與還而觀之 魚處水而生 人處水而死 彼必相與異其好惡 故異也 故先聖 不一其能 不同其事 名止於實 義設於適 是之謂條達而福持
안회가 제나라로 출사하려는데 공자의 안색에 근심이 어린 것을 본 자공이 까닭을 묻자, 제나라 군주의 깜냥이 안회에 미치지 못하면 제자에게 화가 미칠 것을 걱정하면서 노나라의 군주가 도성에 날아온 바다새에 대해서 상황에 맞지 않는 의전을 제공한 까닭에 새가 죽어버린 사례를 인용한다.
성인의 도리일지라도 이를 받아들일 상황이 형성되어야 실현이 가능한데, 이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잘 살펴서 부합하는 경우에야 비로소 뜻을 이룰 수 있음을 가리킨다.
3. 여담[편집]
- 출전에 인용된 노나라 군주와 바다새의 이야기는 국어 노어,魯語, 상편에 유사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사건의 주체는 노나라의 경,卿,인 장문중,臧文仲,으로서 바다새가 동문 밖에 사흘 동안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을 시켜서 제사 지내게 했다. 대부,大夫, 전금,展禽,은 장문중의 지시가 예법에 어긋남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짐승이 터전을 피하는 것은 자연재해의 전조"라고 경고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자 장문중은 전금이 비판했던 내용을 법조문으로 만들었다.[1][2]
- 다른 출전에 따르면 공자는 안회와 더불어 장문중에 대해 논하면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공자는 장문중이 노련한 정치인이지만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했음을 비판하면서 전금을 제대로 등용하지 않은 것과 바다새에게 제사를 올린 행동 등을 지적했다.[3]
- 출전과 달리 안회는 출사하지 않았다. 노정공이 그와 대면하여 지혜를 구했지만 출사로 이어졌다는 기록은 없다.[4] 공자는 그가 사망하자 주위에서 격식을 차려 장례를 치르는 것을 반대했는데, 이는 안회가 백성의 신분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까닭이다.[5][6]
- 출전에 인용된 수인씨는 전설상의 제왕으로, 불을 처음 만들어 백성들에게 익힌 음식을 먹도록 가르쳤다고 한다.[7] 신농씨는 전설상의 삼황으로 농사짓는 법을 만들고 온갖 식물을 맛보아 약초를 정했다고 한다. 염제,炎帝,로도 불린다.[8] 요,堯,·순,舜,·황제,黃帝,는 상고시대 다섯 제왕에 해당하는 인물들로 백성들을 어진 정치로 다스려 천하를 교화했다고 한다.[9]
- 출전에 인용된 구소,九韶,는 우가 지었다는 음악으로 순임금의 덕을 칭송한 소악,韶樂,을 뜻한다. 구초,九招,·소운,簫韻,·소소,簫韶,로도 일컫는다.[10] 함지,咸池,는 황제시대의 악곡으로 요임금이 고쳐서 사용했다고 한다. 대함,大咸,으로도 일컫는다.[11]
- 출전에서 서술하는 우언,寓言,은 공자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장자는 공자에 대해서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12] 본문에서 제나라 군주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위기에 처하게 되는 안회는 제후들을 설득하지 못한 공자를 가리키며, 장자의 뜻은 공자의 입을 빌려 표하고 있다.[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