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게임 스토리]] [include(틀:상위 문서,top1=Maggot baits)] [목차] == 본문 == [[파일:flier_b01.jpg|width=100%]] [[파일:flier_b02 - edit.jpg|width=100%]] [include(틀:스포일러)] === 도입 === 과거 이 도시에서 모든 것을 잃은 남자--츠누가 쇼고(角鹿 彰護)는 이 지옥으로 돌아왔다. 지켜야 할 신념이 있어야만 인간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없으면 한낱 벌레에 지나지 않다고 독백하며 7년 전 지옥의 광경에서 원래의 츠누가 쇼고라는 인간은 죽었음을 이해했다. 다만 그 잿더미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벌레까지 추락해서라도 완수하기로 차가운 결의를 다졌다. 무참히 짓이겨진 얼굴의 누군가가 가는 숨을 토해내며 원망의 저주를 내뱉는 플래시백의 고통을 과거와 함께 파묻은 츠누가는 앞으로 나아갔다. '관동사법가(関東邪法街)'. 일본의 기타칸토 지방에 위치한 예전 카죠우 시(架上市)로 불리던 도시는, 7년 전의 재해로 정부로부터 국외 취급 선언을 받은 뒤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그 후 법망의 울타리를 벗어난 범죄자들은 이 도시로 모여들어 온갖 범죄와 악행이 도시 전체에 만연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법가(無法街)가 아닌 사법가(邪法街)로 불리는 이유는, 범죄가 횡행하는 이 도시가 사실상 일본 정부에 의해 묵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나 전기, 통신망이 그대로 공급되고 있으며, 사회 각계의 고위층들은 뒤로 관동사법가를 방문해 밖의 세계(娑婆)에서는 얻을 수 없는 범죄의 꿀을 맛보고 있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슬럼 빌딩(スラムビル)', 과거 '노스 이스트 그랜드 힐즈'라는 이름으로 건조되던 첨탑을 중심으로 범죄의 권력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외부 권력과 유착된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7년 전, 도시 상공에 이계와의 연결 통로가 나타나 "재화의 마녀(災禍の魔女/ディザスターズ・ウィッチ/디재스터즈 위치)"들이 내려왔다. "마녀"들은 여성의 외관을 지녔으나 몸에 두른 척력장으로 가공할 육탄전 능력을 자랑했고, 현대 화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등 현실의 물리 법칙에서 일탈해 있었다. "마녀"를 격퇴하기 위해 국가는 모든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시도는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전투의 여파로 도시 여기저기는 폐허가 되었다. "마녀"들은 도시 여기저기를 활보하며 파괴의 권화로서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마녀"끼리 전투를 벌일 때도 있어 여파로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예사에 운 없이 주위에 있던 인간 수십은 고깃 조각이 되기 마련이었다. 격렬한 동족전에 사지가 잘리고 내장이 튀어나와 피보라를 일으켜 심장과 뇌가 파괴되더라도 "마녀"는 재생되어 부활한다. 스스로의 피로 형성한 병장인 '철혈의 첨인(鐵血の尖刃/ブルータル・エッジ/부르탈 엣지)'을 휘둘러 상대에게 대량 출혈을 강요해 마력을 상실케 하여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마녀"를 쓰러뜨리는 방법이며, 그조차도 영구적인 끝맺음이 아니었다. 싸움 후 불가사의한 힘의 원천인 마력을 소모한 "마녀"들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자들을 덮쳐 마력의 공급원인 정액을 뽑아낸 뒤 변덕이 들면 죽였다. 참사는 거리 한복판의 무관계한 통행인들을 포함했다. 그리하여 관동사법가의 거리는 언제나 핏자국이 겹겹이 축적되어 흉흉한 분위기를 가중했다. 현지인들에게 있어서 "마녀"의 정사나 널브러진 시체 따위는 특별히 신경 쓸 것 없는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마녀"들에게도 불가능한 것이 있었고, 그것은 하늘에 이계가 펼쳐진 이 도시 주변로부터 벗어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관동사법가는 탄생했다. 추악한 거리의 남자들은 "마녀"들의 포학성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그에 대비되는 문란함에 비뚤어진 정복욕을 느끼며 마력을 찾는 "마녀"에게 벌레 무리처럼 기어들기 일쑤였다. 목숨을 잃을 확률이 다분한 이율배반적 스릴을 느끼면서. 거대한 체격과 흉포한 근육질의 "마녀" 산디(サンディ)와 몸은 작지만 단순하고 잔혹한 "마녀" 이자벨(イザベル)은 마력의 보충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 어느덧 둘을 에워싼 공기는 알기 쉬울 정도였으나 자진해서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산디는 주위에 몰려든 것들에게 가까이 올 것을 명령했고 한 놈을 깔아 눕혀 착취해 반동으로 뼈를 으스러뜨려 죽였다. 쓸모가 없어진 고깃덩이를 갈아치워 착정을 반복했다. 이는 이자벨도 마찬가지였고, 머지않아 모두 기력을 다해 쓰러졌다. 그리고 흰 것을 낼 수 없게 된 것들로부터 붉은 것을 뽑아내 길바닥에 흩뿌렸다. ---- 관동사법가 어딘가의 연회장. 연회장에는 고급의 의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특별한 구경거리를 위해 자리에 모여들었고, 앳되어 보이는 소녀가 몸을 결박당해 단상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결박당한 존재는 인간과는 다른 창백한 피부에 눈동자는 자수정의 보석빛을 발해 있었고 이는 분명 "마녀"의 특징이었다. "마녀" 아리손(アリソン)은 이미 수많은 고문을 당한 뒤였지만, "마녀"의 불사성으로 육체에는 손상된 부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정신의 대부분을 소모한 듯했다. 세계에 악명이 자자해 공포의 대명사가 된 "재화의 마녀"를 약자의 위치로 끌어내려 유린해 가학심을 채운다. 그 아이러니함과 기묘한 역전 관계를 상상해 원해 마지않던 사람들은 기꺼이 막대한 금액을 치러서라도 일그러진 욕망이 실현되는 장면을 목격하고자 했다. 엽기적인 스너프쇼의 막이 올랐고, 예리한 칼날이 몸에 닿자 아리손은 거의 남지 않은 정신으로 절규를 외쳤다. 지정된 부위에 숫자를 매겨 룰렛의 결과에 따라 숙련된 도살공이 적절한 도구를 골라 제외해가는 엔터테인먼트. 왜, 어째서? 라며 의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던 아리손은 극한의 정신상태에 내몰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꺼져가는 생명 속에서 간원했다. 아리손의 신체 부위가 몇 종류 사라졌을 때쯤, 룰렛은 이윽고 최후의 부위를 점지했다. "마녀"는 목이 잘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면 더 이상 재생도 부활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죽음에 이른다. 심장이 도려내지고 사지가 절단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사인들은 무수히 많지만, "마녀"라는 존재는 오로지 참수로서만 죽음을 맞는다. 심장이 멈추어도 피가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 순환하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머리를 쳐내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 위의 사실이 청중의 낙심을 불러일으켰다. 진행자는 이것도 룰렛의 재미를 위한 공평한 룰이라고 납득시키며 아리손에게 일찍 죽을 수 있겠다며 행운을 칭송해준다. 관람자들도 아리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고문자는 처형용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총성이 들렸다. 진행자의 몸이 날았다. 연회장은 혼돈의 도가니로 변했고 경호원들은 총기를 빼 들었다. 그러나 습격자는 우왕좌왕하는 인파 속에 몸을 숨겨 가늠자로부터 이탈해 무장을 든 인원들을 SIG P226의 적확한 조준으로 꿰뚫었다. 여러 무장으로 현장을 급습한 츠누가의 주위에는 온통 시체만이 남았다. 출입구의 밖에서도 비명은 들려왔고 이내 조용해졌다. 결국 아비규환 속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가 끊어진 바깥으로부터 석류색의 눈동자를 가진 이형의 소녀가 츠누가를 향해 걸어왔다. 츠누가는 다가온 "마녀" 캐롤(キャロル)에게 그녀의 동족인 아리손을 그 손으로 끝낼 것을 주문했다. 아리손의 정신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있었고, 망설임을 추궁하는 츠누가에게 캐롤은 돌려줄 각오를 정했다. 츠누가가 현장에서 얻은 소득은 마크가 쳐진 관동사법가의 지도. 지도에 표시된 지점에 이 장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편적인 정보에 따른 다소 무리한 습격이었으나 자신의 적인 사법가의 지배 세력에의 경고를 겸했다고 할 수 있었다. 츠누가는 허름한 차에 몸을 실어 캐롤과 함께 도심의 북쪽 외곽에 있는 수림의 은신처로 향했다. 은신처는 전전(戦前) 시대로부터 내려온 양관이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문호가 남긴 저택은 이전까지 시에서 관리를 해와 외견은 견실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재해가 발생한 뒤에는 그저 방치되어 있던 것을 츠누가가 최적의 아지트로서 사용 중이었다. 양관의 안에는 한 명의 인간과 두 명의 "마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츠누가의 관동사법가 정보통인 마츠마루 세리카(松丸 芹佳).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무투파 "마녀" 그로리아(グロリア). 흑발의 이지적인 풍모의 "마녀" 위르마(ウィルマ). 캐롤이 같은 동족으로서 교섭해온 두 "마녀"에게 츠누가는 연회장에서의 일--'마녀사냥(魔女狩り)'의 분명한 존재와 지도에 표시된 현황에 관해 설명하였다. 지도의 마크는 두 종류, 오늘 습격한 장소와 같은 표시는 "마녀"의 공개 처형이 이루어지는 시설. 다른 한 가지는 사냥당한 "마녀"의 보관 창고로 추정되었다. 위르마는 스스로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독특한 개체의 "마녀"였다. 동족으로서의 "마녀"를 수난에서 구하여 답을 얻기 위해 위르마는 츠누가에 당장은 협력키로 했다. 그로리아는 위르마처럼 복잡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마녀사냥'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따라올 전투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가세하기로 했다. 교섭이 끝난 후 츠누가는 방으로 향했고 캐롤은 그를 따라가려 했다. 그런 캐롤에게 세리카가 츠누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쑥 물어보았다. 관동사법가의 험한 바닥에서 숱한 사선을 넘은 세리카였지만 그녀 역시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한창의 나이였다. 원래 감정이 적은 캐롤은 확실한 답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몇 번이나 그와 몸을 걸쳤다고 해도. 츠누가가 하는 일은 어떤 쾌감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구에 동력을 주기 위한 일임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츠누가에게 구해졌기에 그가 바라는 대로 할 뿐이라고 답해 캐롤은 츠누가가 향한 위층으로 사라졌다. "마녀"로서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인류의 서적을 탐독하는 것을 좋아하는 위르마는 캐롤이 품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 내심 부러움을 느꼈다. 폭력과 정음에 감정을 맡기는 대부분의 "마녀"와 자신의 차이는 인지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행동 역시 인간의 흉내에 지나지 않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어째서 태어났는지,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는지 모르는 "마녀"의 존재. 기억으로 과거를 인식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도 할 수 없다. 근래의 일은 뚜렷하지만 거슬러 올라갈수록 안개가 걸친 듯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허리케인에 붙여졌던 그녀들의 이름처럼 인간보다는 자연 현상,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위르마는 진실을 추구하는 일로 하여금 망설임을 거둘 것을 마음먹었다. 그 앞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더라도. 그로리아는 츠누가가 가진 근육질의 신체에 욕구를 느끼며 이런저런 감상을 남겼다. 츠누가 단 한 명과 관계하는 특이한 "마녀"인 캐롤을 의식한 그로리아는 척력의 힘을 발해 도심으로 유성처럼 날아갔다. 그로리아는 남자를 목적으로 거리에 나오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로리아의 영향력에 반응해 거대하고 불어터진 형상의 무언가가 도시의 그림자로부터 여럿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계도시가 낳은 어둠 중 하나인 '요저(妖蛆)'였다. 몇 미터는 되는 시체색 구더기 형상을 한 손발과 눈알, 이빨 등의 기관이 마구잡이로 달린 괴물은 끈적한 점액과 괴성을 흘리며 그로리아에게 점점 다가왔다. "마녀"들은 '요저'에 대해 본능적으로 큰 거부감과 공포를 지니고 있다. 끔찍하게 생긴 요저는 바라보는 누구라도 그런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강력한 "마녀"조차도 같은 감정을 품는다는 점이었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인 그로리아는 배틀 액스(重戦斧)의 형상을 가진 자신의 '철혈의 첨인'을 내질러 요저를 갈기갈기 토막냈다. 그러나 날붙이에 닿은 요저의 조각은 금세 재생을 시작해 증식하기 시작했다. 고전 중인 그로리아의 사투에 고고한 중립의 "마녀" 에드나(エドナ)가 합세했다. 둘은 요저의 무리를 형체도 없이 파괴해, 터진 벌레의 잔해와 더러운 핏물만을 땅에 남겼다. 둘은 의기를 주고받으며 깨어난 "마녀"의 전투 본능에 따라 격렬한 한판 대결을 연이어 시작했다. 상대로부터 오로지 피를 빼앗기 위해 날붙이의 형상을 한 '철혈의 첨인'을 형성해 폭력을 부딪친 충격의 여파로 주변 건축물 여기저기가 박살 나 파편이 떨어지며 불운한 희생자를 늘려갔다. 그로리아는 배틀 액스의 칼날을 에드나에게 내리꽂지만 한 쌍의 방패와 한손검으로 이루어진 에드나의 전력에 가로막혔다. 결투는 그로리아가 검을 든 에드나의 팔을 베어내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 그로리아는 전투의 만족감을 느끼며 돌아갔고, 에드나는 그대로 쓰러져 전투의 여운을 느끼며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등을 꿰뚫는 고통을 느끼며 안식은 깨졌고, 마력을 잃어 무력화된 몸이 들어 올려져 컨테이너에 실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그들의 속셈을 깨달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백모(白貌)의 형상, 에드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사신의 모습이었다. ---- 관동사법가 치고는 관리가 되어있는 건물의 내부. 동족을 사냥하는 '마녀사냥'의 "마녀" 산디는 새로운 얼굴을 맞이했다. 본능에 따라 힘을 휘두를 뿐인 "마녀"가 아닌, 자제심을 들인 검술을 갈고닦아 단련을 거듭한 "마녀" 아이린(アイリーン). 어두운 피부색의 "마녀"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남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도시는 여자의 자성에 지극히 적대적이었고 "마녀"인 아이린도 그런 시선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미래가 없이 투쟁을 이어갈 뿐인 "마녀"의 삶은 안식이 없었다. 이는 절제의 수련을 거듭한 아이린조차 심신의 안정을 위해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을 하게 했다. 산디는 아이린의 그런 마음가짐에 나름대로 공감을 표하며 문신이 새겨진 만면에 입꼬리를 올렸다. 사냥당하는 쪽이 아닌 사냥하는 쪽에 섬으로써 그런 위협을 회피할 수 있다. 여자로서 웅성에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의견을 표하며 산디는 사냥하는 쪽에 서 왔다고 말했다. 이는 공포의 극복을 위한 반석이며, 모니터 너머로 사냥당한 "카라(カーラ)"의 수난극을 보며 어투를 확정했다. 위협을 회피하고 싶을 뿐 타인의 고통과 욕망의 투사에는 관심 없던 아이린의 태도는 산디 옆에 있던 이자벨의 비위를 거슬렀고, 임무 수행을 위해 멀어져 가는 아이린을 보며 산디도 흉흉한 웃음을 지었다. ---- 밤, 츠누가는 사냥당한 "마녀"의 보관 창고로 추정되는 어느 폐공장으로 향했다. 인원은 3명. 츠누가, 캐롤, 위르마였다. 그로리아는 제 시각에 오지 않았고, 츠누가는 원래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 없는 그로리아를 처음부터 돌입 인원수에 계산치 않았다. 계획에 따라 "마녀" 전력을 후방에 배치한 츠누가는 단신의 무장으로 폐공장에 돌입하였다. 에드나는 철제 관 안에 단단히 갇혀 있었다. 여성의 모습을 겉에 새긴 아이언 메이든은 안에 가시가 달리지 않았다. 여러 군데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이었다. 힘이 회복되면 이 정도 감금은 얼마든지 부술 수 있었지만, 전투의 결과로 피를 잃어 당장은 척력장을 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밖의 남자는 저열한 웃음을 내뱉으며 에드나를 조롱했다. 인간과 "마녀" 사이에서 편을 들지 않는 고결한 에드나는 조롱을 담담히 맞받아치며 남자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남자는 사바에서 저지른 죄악을 상기했다. 뒤틀린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납치 살인을 거듭했지만 높은 신분의 아버지의 비호로 어느 것 하나 심판받지 않았다.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가버린 그를 수사 기관의 묵인하에 관동사법가로 내쫓는 것이 되었지만, 그 화려한 행적에 사법가의 지배 세력은 남자를 스카우트의 대상으로 삼았다. 남자는 '핏물 제거(血抜き)'의 일환을 겸해 일그러진 욕구를 마음대로 채우고도 죽지 않는 "마녀" 고문의 나날이 자신의 적성에 꼭 맞아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관의 틈새로 에드나의 몸 여기저기에 철제 봉이 첨단으로 내리꽂혔다. 피가 멎을 새도 없는 에드나는 불합리한 치욕 속에서 남자의 살해를 결의했지만, 불사의 육신이라 할지라도 정신은 무적이 아니었다. 허벅지, 복부, 흉부까지 더 손가락에 꼽을 수도 없는 관통의 연속은 채집된 곤충의 표본을 연상케 했다. 이윽고 안구를 관통해 의식이 끊기는 죽음을 맞은 에드나는 원치 않는 회복으로 생사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고결한 기사와도 같은 의지는 서서히 꺾여, 집을 찾아 헤매는 아이의 소절로 넘어갔다. 느닷없이 폐공장의 창문을 깨어 투하된 포대 자루에서 하얀 가루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는 자욱한 분진의 여파로 시야가 가려져 분간을 하기 어려웠다. 적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방향을 향해 누군가 어리석게도 발포했고, 튄 불꽃이 분진과 작용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휘말린 인원이 대부분 형체를 잃고 사망했다. 살아남은 경비 인력은 츠누가의 근접 격투술과 구르카 나이프에 의해 마무리되었다. '핏물 제거'를 담당하던 남자는 츠누가가 격투 중에 거꾸로 들어 올려 머리를 바닥에 메다꽂아 절명시켰다. 츠누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마녀" 이자벨이었다. 쇠사슬로 이어진 스파이크의 모닝스타(結鎖鉄球)를 휘두르는 "마녀"를 교란한 츠누가는 전투를 회피, 건물 바깥으로 달렸다. === 배드 엔딩 === 건물 앞에서 츠누가는 지금 "마녀"를 처단할 것을 결의했다. 건물 안에 분진은 아직 짙게 깔려 흥분한 "마녀"를 해치우기에 최적의 호기였다. 츠누가는 폐공장을 폭파시켜 연이은 폭발로 건물의 골재가 버티지 못하고 붕괴했다. 폐공장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마녀" 이자벨은 상처 하나 없이 츠누가의 앞에 나타났다. 섬광이 번뜩여 츠누가의 목에서 피보라가 튀어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사내의 투쟁극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 ---- '마녀사냥'의 "마녀" 산디와 이자벨은 세 명의 "마녀"를 생포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보상으로 그들의 고용주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요구했다. "마녀"인 자신들의 정욕을 버티지 못하는 놀이 대상에 질려 '튼튼한' 장난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에서는 두 "마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독한 피와 장물의 자국이 켜켜이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분실은 이곳에서 벌어진 무수한 참사의 행적을 드러냈다. 사지가 구속되어 볼썽사나운 자세를 취한 위르마는 자신에게 다가온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의 밑에서는 인간의 물건으로 볼 수 없는 이형의 촉수가 대신 기어나왔다. 요저의 공포를 감지한 위르마의 안에 들어간 가닥은 무언가를 심고 빠져나왔다. 위르마의 아래에는 곧 여성에게는 존재할 리가 없는 것이 자라났다. 능글맞던 그 남자의 태도가 약간 흔들렸다. 그 남자도 물건이 두 개나 자라나는 경우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경탄하며 얌전해 보이는 주제에 속은 터무니없다며 위르마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했다. 능욕이 이어질수록 두 갈래의 물건은 계속 성장하여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남자의 것보다 크게 성장했다. 이자벨은 그로리아가 감금된 방으로 들어왔다. 이자벨은 그 남자에게 부탁해 자신에게도 물건을 받아낸 뒤였다. 이자벨은 그로리아의 그것을 보고 그로리아의 인격을 깎아내기를 주저치 않았다. 흉한 모습의 거무칙칙한 물건은 심지뿐만 아니라 거대한 주머니를 늘어뜨려 추악함을 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자벨의 홀쭉한 그것은 그로리아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었다. 곧바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둘을 조롱하는 이자벨과 그에 동의하는 산디. 다만 손을 대지 않고 방치된 한 명의 "마녀"에 이자벨은 흥미를 떨어뜨렸다. 산디는 "마녀"라는 것은 결국 모두 똑같은 결말에 이른다며, 알기 쉬운 반응을 하는 이자벨의 단순한 머리를 사랑스러워한다. 캐롤은 육벽의 방에 홀로 갇혀 있었다. 방의 벽에서는 끈적한 체액이 흘러나와 캐롤의 몸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머릿속에서 셀 수 없는 시간이 흘러 스스로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캐롤은 이런 상황에서 츠누가라면 어떻게 했을지 번민한다. 그라면 흐름에 한 번 맡겨 사고의 여유를 되찾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 여긴 캐롤은 위로를 시작했다. 츠누가와의 관계를 생각해 몰두하던 캐롤의 몸에 변화가 생겨났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양손으로 움켜쥐어 흔들어대던 그것은 아랫배를 넘어 얼굴에 닿을 정도로 성장했고 이내 그것을 입에 물었다. 산디와 이자벨의 가혹함은 한때 동료였던 아이린에게도 향했다. 요저의 세포 조직으로 형성된 물건은 끝에서 요저의 씨앗을 발한다. 인간과의 관계로는 잉태하지 않던 "마녀"는 임월의 형태를 드러낸 아이린의 모습으로 이외의 사례를 드러냈다. 그것은 그로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맨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이자벨은 둘의 모습에 조소를 보냈고, 사이에 끼인 아이린은 강제된 손동작으로 흉곽의 지방을 사용해 그로리아의 추악한 것을 쓸어올렸다. 새 생명을 위해 변화한 흉부는 마지막에 명백한 증거를 토해내 쐐기를 박았다. 산디도 이자벨의 권유에 따라 거대한 물건을 받아 전부터 눌러뜨리고 싶었던 그로리아의 학대를 시작했다. 산디와 이자벨은 그로리아에게 욕망을 불어넣으면서도 정작 그로리아의 남성성은 갈 곳을 잃고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분실에 "마녀" 셋, 요저 하나. 천장에 손발을 매달린 "마녀" 위르마, 그로리아, 캐롤에게 구불구불한 가닥이 달린 요저는 틈새에 출납하는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다. 구더기 색의 촉수는 있지 말아야 할 것들에 기구와도 같은 것을 씌웠다가 곧 떼어냈다. 요저에 닿아 이상을 느꼈던 표피의 부분마다 붉은색 반점이 떠올라 사마귀 같은 돌기가 자라났다. 가려움에 이성을 잃은 세 "마녀"는 발광을 일으켰고, 위르마는 구속을 파괴해 캐롤에게 다가가며 계속 사과의 말을 흘렸다. 이중 침투를 시야에 새긴 그로리아는 발버둥 치다 구속을 끊어냈다. 캐롤에게 여유가 없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남성으로서의 첫걸음을 캐롤의 남성의 첨단을 열어젖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고통과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흘리는 캐롤의 흉부에 요저의 체액이 주입되어 탄성의 크기를 늘렸다. 아이린의 말로는 인축의 길이었다. 지켜보는 시선에 분개하면서도 주어진 의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육벽의 공간 안에서 거대한 돼지의 암수가 결합하는 것을 본 아이린은 이성을 잃어 수컷을 밀치고 자리를 차지했다. 수퇘지는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아이린의 등에 올라타려 했다. 아이린은 이에 화답해 자세를 고쳐 정상적인 크기를 벗어나 변형된 나선의 물건이 기어들 수 있도록 했고, 세 마리의 돼지는 구경꾼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남은 세 명의 "마녀"의 운명도 정해졌다. 처형 전 마지막 할 일을 위해 요저에게 맡겨진 위르마, 그로리아, 캐롤은 사람들의 앞에서 그 형상을 흔들었다. 지성을 잃고 오르가슴만을 탐한 말초적 정신이 거하는, 본디 슬렌더였던 균형이 무너져 복부와 흉부의 크기를 비대히 늘리고 모든 틈이 마개 되어 전신이 칠해진 육체의 광경은 더는 "마녀"라 부를 수도 없는 세 존재가 다다른 끝이었다. === 전개 === 츠누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목표한 방향으로 계속 달렸다. 거점 파괴라는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남은 것은 현장으로부터의 철수뿐이었다. 그러나 적의 추격은 계속되었고, 전력 질주를 여유 있게 쫓는 불온한 기척을 느끼며 오래전 자위대의 폭격으로 파괴된 빌딩의 숲에 다다랐다. 도망치는 사냥감을 몰아넣었다는 이자벨의 달성감은 츠누가의 계산범위 내였다. 츠바이핸더(両手大剣)의 칼날이 가속력을 받아 위에서부터 내려쳐 이자벨의 다리를 양단했다. 격노한 이자벨은 모닝스타를 휘두르지만 연이은 글레이브(薙刀)의 타격으로 한쪽 팔이 썰려 혈액을 대량으로 잃고 무력화되었다. 궁지에 몰린 이자벨과 그에 대치하는 츠바이핸더의 캐롤, 글레이브의 위르마. 화려한 폭력의 여파로 발생한 진동은 호박(琥珀)빛 유성을 불러들였다. 전장에 나선 거체의 "마녀" 산디는 톱날의 쌍검을 들고 단신으로 둘을 상대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캐롤의 복부를 그어 토혈케 하고 위르마의 내장에 손을 박아넣어 헤집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역전의 "마녀"가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톱날은 살점을 베어내는 것을 넘어 '철혈의 첨인' 자체를 파괴할 정도로 막강했다. '철혈의 첨인'은 "마녀" 자신의 피로 형성되기에 만약 부서진다면 신체 대부분의 마력을 상실하는 치명상에 직결된다. 캐롤은 츠누가가 자리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기 위해 무리하며 버티지만 처참한 유린극이 지속될 뿐이었다. 두 "마녀"를 간단히 도살하여 목숨만 겨우 붙여둔 산디는 아직까지 우뚝 서서 도주의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츠누가에게 흥미를 갖고 다가간다. 츠누가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다가오는 산디와 잘 맞물리지 않는 문답을 주고받았다. 아직도 공포에 질려 무너지지 않은 츠누가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 자매(여동생) 캐롤의 소중한 사람이니 죽이지 않고 사지를 잘라 인견(人犬)으로 만들어 캐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울 것 같다는 유열의 감상. 몇 걸음 물러나 마침내 벽에 등이 닿자, 츠누가는 거기가 딱 좋겠다며 중얼거렸다. 공포에 질린 츠누가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산디는 다가선 자리에서 봐주지 않고 돌진하려 하지만, 이상을 눈치챈 산디가 위를 올려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전투의 여파로 불려온 것은 산디 하나가 아니었다. 츠누가의 조커 카드였던 그로리아는 "마녀"의 괴력으로 폐빌딩에 참격을 가해 붕괴시켜 산디 위로 커다란 잔해를 투하했다. 비록 "마녀"를 완전히 죽일 수는 없었지만, 압도적인 질량으로 산디를 억눌러 동료들을 구할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자욱한 먼지가 걷히고 산디와 이자벨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츠누가는 차를 타고 은신처로 복귀한다. 차창에 창백한 소녀의 모습이 일순간 비쳤지만, 차량의 속력으로 급속히 멀어져 확인할 수 없었다. 어두운 밤 한가운데에서도 그 얼굴은 낯이 익었다. "마녀"의 특징을 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기이했다. 츠누가는 기억의 밑바닥에 회칠해 묻어뒀던 얼굴이 겹쳐져 악몽을 꾼 듯 고통스러워했다. 죽음의 사자인 밴시라도 본 듯이. 츠누가는 핸들을 꽉 쥐었다. ---- 구 카죠우 시의 JR 역 근처 상업지구의 후미진 곳에 우뚝 솟아있는 '슬럼 빌딩'. 50층에 이르는 원통형 건물 안은 광대한 상업 시설과 거주 지구가 펼쳐져 있었다. 장래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을 기대받았지만, 그 바람은 빛이 바래 온갖 범죄자들이 들끓는 최악의 마굴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 최상층의 옥좌 없는 왕은 시몬(至門)이라는 이름의 중년 사내였다. 늘어진 양복 차림의 5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비록 근육질이었지만 나이에 따른 해이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이주자 가운데에서도 단연 이전의 행적을 가늠키 어려운 존재였다. 몽골로이드 계통의 외견을 한 그를 두고 뒤에서 온갖 추정이 잇따랐는데, 그 내용은 싱가포르의 화교계 마피아, 캄보디아의 마약왕, 대만의 유맹(流氓), 한국의 컬트 교단 교주, 혹은 일본인일지도 모른다는 것. 시몬의 앞에 "마녀" 산디와 이자벨이 임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다. 벌어진 사건을 듣는 시몬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경박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녀"들의 무능을 힐난했다. 어쨌든 창고에 보관된 "마녀"는 탈취되거나 해방되진 않았으니 임무는 성공한 게 아니냐며 멍청히 웃는 이자벨에 기가 막힌 시몬은 암코양이 같이 제어불능의 여자란 생물은 이래서 도움이 안 된다며 태도의 저열함을 드러냈다. 그 "마녀"를 상대로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을 휘두르는-\-비록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지만--남자 앞에서 최강의 "마녀" 산디는 감정을 꾸깃꾸깃 눌러 담을 뿐이었다. 위험 대상은 초장부터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무슨 목적이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쾌하며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일이다. 조직을 이룬 것도 아니고 혈혈단신으로 사법가에 기어들어와 천방지축의 "마녀"를 전략 무기로 사용할 정도의 남자는 더없이 위험한 존재였다. 골치가 아파진 시몬은 둘을 바깥으로 물렸다. "마녀"들과 교대하듯이 들어온 백모의 남자는 시든 늪 색의 눈동자를 시몬에게 향했다. 남자의 이름은 브라이언 막쿨(ブライアン・マックール). 전직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급진 과격파 출신이며 현재는 프리랜서 용병. IRA 당시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소문으로 어지간한 테러리스트들도 꺼릴 정도의 악명을 가진 인물이었다. 용병들로 구성된 '마녀사냥' 부대를 이끌고 츠누가의 행적을 쫓으며 브라이언은 오랜만에 즐거움이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모든 벽이 철거되어 휑하고 넓기만 한 50층의 내부에서 입구로 나온 이자벨은 옆의 산디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깟 인간 따위에게 자존심이 짓밟히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교살 가능한 벌레를 언제쯤 처리할지에 대해 주변에 숨기지도 않고 발해왔다. 산디도 그 의견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자벨조차 모르는 산디의 심부에는 시몬에게서 느껴지는 근원적 공포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남자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 산디는 그런 것에 의도적으로 접해 공포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단련하고 있었다. 힘만 믿고 날뛰는 "마녀"가 아닌, 마치 요저에게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낸다면 분명 지금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 은신처에 도착한 츠누가를 기다리는 것은 번견처럼 대기하고 있던 캐롤의 모습이었다. 츠누가를 구하려 했던 캐롤의 이전 행동에 츠누가는 의미 없는 소모를 했을 뿐이라며 비판적인 피드백을 전했다. 만약 둘의 상황이 바뀌어 츠누가가 캐롤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면 망설임 없이 그리할 것이라고. 스스로 츠누가의 도구라 여기던 캐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캐롤은 여전히 어떤 감정을 품은 채였다. 츠누가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는 캐롤이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캐롤의 얼굴을 뒤로한 채 츠누가는 방을 나갔다. 몇 번의 전투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츠누가는 사법가의 도심으로 향해 정보를 캐낼 궁리를 했다. 정보원 세리카가 요주의 인물을 마킹해 츠누가가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츠누가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모든 범죄의 사슬은 '슬럼 빌딩'으로 이어지는 것 정도는 사법가의 누구라도 알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슬럼 빌딩'으로의 직접 침투는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지배자를 보위하기 위해 배치된 병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1층부터 위의 수십층까지 이어진 배타적 범죄자 주민들의 인적 네트워크 겸 인해의 방어선이었다. 헛물을 켜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7년 전의 적은 '슬럼 빌딩'에 있다. 그런 확신을 얻고 싶었다. 7년 전 지옥의 광경을 보았던 츠누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생한 "마녀"라는 재해가 그 광경에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걸려든 것은 폐공장 습격 당시 사냥당한 "마녀"의 운송을 담당했던 끄나풀이었다. 세리카가 '대상'이 자리를 떠 거리의 뒷골목으로 나오는 때를 알려주기로 하고 건물의 내부로 들어간 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약속된 시간을 넘긴 것을 확인한 츠누가는 폭약 함정을 설치한 차량에서 나와 곧장 건물의 뒤를 돌아 추적을 시작했다. 출입구가 아닌 외부 계단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던 츠누가는 왜건 차량에 실려 억지로 강압된 상태의 세리카에게 적들의 의식이 쏠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용히 밴을 향해 다가간 츠누가는 암기 중 하나인 택티컬 펜을 꺼내 사정없이 적들을 찍어 발겨냈다. 츠누가의 흉기는 수련을 거듭한 실전 가라테의 몸놀림과 밴의 내부에서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적들의 자세의 불리함을 십분 활용해 머릿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살상력을 드러냈다. 때에 맞추었는지 세리카의 몸은 무사했다. 츠누가는 세리카에게 '대상'이 누구인지 물었고, 지목당한 자를 제외한 모든 적을 P226으로 확인 사살했다. '대상'은 츠누가의 집요한 '설득'으로 '마녀사냥'의 최종 목적지는 '슬럼 빌딩'이라는 정보를 토해냈다. 츠누가는 주저 없이 그에게 방아쇠를 갈겼다. 츠누가는 세리카에게 일에서 손을 뗄 거라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몸이 아직 성하고, 쌓인 돈도 어느 정도 되니 전부 가져 이 지옥에서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나 세리카는 자신의 지목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죄악의 깊이에 비해 얻은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피와 돈벌이의 냄새가 나는 츠누가의 곁에 더 남아있겠다는 세리카. 츠누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받아들이면서도 이 소녀조차 추악한 욕망이 휘몰아치는 사법가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일원임을 깨달았다. 츠누가는 돌아가는 길에 언뜻 남자들에 둘러싸여 몸을 흔드는 백발의 소녀의 기색을 보고 폐공장에서 돌아가는 길에 스쳤던 "마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서 연상된 것은 누군가의 얼굴--훼손된 얼굴을 떠올렸지만, 오래전에 죽었을 터인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마녀"가 길바닥에서 뒹구는 일은 으레 있는 일일 뿐이다. 츠누가는 기억의 폭주를 억누른 채 아지트로의 복귀를 서둘렀다. ---- 은신처에서 츠누가는 위르마에게 "무명의 마녀"의 특징을 설명하며 그 "마녀"를 알고 있는지 질문했다. 위르마는 동족들의 특징과 이름을 모두 구분하고 있었지만 "무명의 마녀"의 특징은 해당하는 바가 없었다. ---- 아래의 슬럼가와는 달리 관리가 이뤄지는 40번대 층을 돌며 각 방의 문마다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는 시몬. 그는 옆에서 걷고 있는 브라이언으로부터 츠누가의 추적에 관한 보고를 재촉했다. 브라이언은 시몬이 하는 일이 맨정신으로는 못할 일이라며 그 정신력을 높이 산다는 발언을 하며 시몬의 비위를 거슬렀다. 그래서 츠누가의 꼬리를 잡았느냐는 시몬의 직설적인 발언에 브라이언은 츠누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살해 현장에 남겨진 츠누가의 족적은 일관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무심히 마무리 지은 시체가 있는 반면, 야수의 행적이라 여겨질 만큼 지나친 파괴의 흔적이 남기도 했다. 이는 유혈의 열락에 맛을 들인 짐승의 행각이며 기특한 선행의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고는 감히 일컬을 수 없었다. 츠누가 스스로 살인의 순간에 사정충동을 느낄 정도라 생각했으니 이는 정확한 평가였다. 거울상을 찾아 만면의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브라이언에게 시몬은 역시 닮은 바가 있지 않겠느냐, 마치 네가 IRA에서 나오게 된 경위 같은. 라는 발언으로 비꼬았지만, 브라이언은 전혀 정색하지 않고 여유롭게 시몬에게 계책을 전부 일러준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그제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몬이 그 계책을 묻자, 찾을 수 없다면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는 지론을 펼친다. 정확히 뭘 할 것인지까지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시몬은 어느 방의 문 앞에서 우뚝 섰다. 마음에 들지 않아 거슬린다는 듯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안에는 붙잡힌 "마녀" 카라가 요저의 아이를 잉태한 자신의 복부를 벽에 들이박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시몬은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그 몸에서 요저의 것과도 같은 촉수를 기어 나오게 해 카라의 사지를 단단히 붙들었다. 시몬은 카라의 아래에 팔뚝을 끝까지 밀어 넣고 안의 무언가를 세게 붙잡았다. 기구 따위는 필요도 없다는 듯이 쥐어 뜯어낸 그것을 카라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카라는 경악을 흘리며 정신이 붕괴할 지경까지 이른다. 알고 싶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지 않으냐며 낮은 웃음을 흘리는 시몬은 손에 든 통통히 살찐 구더기를 치아에 대고 씹어먹었다. 잘 들어라. 너희들은 얼척없이 큰 기계에 박힌 부품의 한 개. 망가질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인. 싫겠지. 울부짖어도 된다. 통곡하며 세상 모두를 저주하는 것도 좋다. 다만, 자신의 의사로 뭔가 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나 지워도, 몇 번이라도 채워준다. 광기를 번뜩이는 시몬의 앞에서, 카라의 미약한 반항은 산산이 부서졌다. ---- * '슬럼 빌딩'이 잠시 외부인에게 개방되는 대규모 노름판의 정보를 세리카로부터 입수한 츠누가가 참가. 판의 본 목적은 츠누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고, 혼잡을 이용해 40층 근처로 올라가 감금된 "마녀"들을 본 츠누가를 아이린이 발견. ||연행되어 온 장소에서, 츠누가는 갓 칠해진 철분의 취를 맡았다. 마루에는 솔로 쓸어낸 듯한 대량의 혈흔. 부러진 치아나 귀의 일부인 듯한 살점, 도려내진 안구마저 떨어져 있었다. 휴먼 콕파이트--인간으로 벌이는 투계의 회장. 이미 전 시합이 종료해, 베팅 자체도 마감되었다. 하지만 장내의 관객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어느 얼굴에도, 지금부터 시작될 '여흥'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했다. "여어, 역시나 와줬구만. 형씨, 나한테 용무가 있나?" 착붕(着崩)한 다크 슈트의 중년 남자가, 어딘지 시치미를 뗀 어조로 말을 꺼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파충류스러운 무표정이, 츠누가의 값을 매기고 있었다. "나는 시몬이라 이거야. 형씨의 얼굴은 모르겠네… 까먹었다면 미안한데, 어디서 만났었나?"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몬의 표정에 도회는 없다. 물음에 츠누가는 미소를 띄웠다. 보는 이의 간담을 뒤흔드는 듯한, 방울져 떨어지는 악의가 스며 나온 비웃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시몬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속삭인다. 그 음성은 진흙과 같이 무겁고, 불과 같이 강렬했다. 숨결에는 육식 짐승 같은 비릿한 살의가 진동했다. "앞으로의 너는, 두 번 다시 나를 잊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렇나. 얄궂게도 일기일회(一期一會)가 될법한 흐름(風向き)이지 말인데." 츠누가의 도발을, 시몬은 코끝에서 조롱해 비웃었다. 이 자리에 있는 호위의 수는 열 명 이상. 전원이 단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지금 당장 츠누가가 시몬을 덮쳤다고 해도, 몇 미터도 답파하지 못한 채 사살될 것이다.|| * 끌려간 격투장에서 대면한 시몬을 원흉으로 판단. 순순히 대회 우승자 죠제(ジョゼ)와 대결을 시작해 살해 및 승리. 격투 전 의복을 벗을 때 던져두었던 가방 안의 시한폭탄이 터져 회장의 시야를 가리고 혼란을 일으켜 시몬에의 도발을 마무리하고 생환. 도심에서 츠누가의 퇴각 경로를 예측한 브라이언과 전투: 츠누가는 부비트랩이 설치된 차량의 손잡이를 주의 깊게 돌리던 중, 거듭된 전투로 민감해진 본능의 경고를 깨달아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찰나의 사이에 츠누가의 머리가 있던 곳에는 총탄이 박혔고 살의의 기색이 감싼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손에 각각 총검이 부착된 Cz75를 한 정씩 거머쥔 브라이언은 츠누가와의 첫 대면을 기뻐하며 환영의 탄환을 갈겨댔다. 차를 엄폐물로 삼고 탄환을 보충한 츠누가는 반격하며 습격자를 유인했다. 어느덧 잔탄은 바닥을 드러냈고, 구르카 나이프를 꺼낸 츠누가는 브라이언의 총검에 칼날을 맞부딪혔다. 마침내 가까이에서 적수의 얼굴을 확인한 둘. 브라이언은 츠누가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인간임을 깨달았다. 마피아도, 킬러도, 군인도, 테러리스트도 아닌 경찰의 냄새를 그에게서 맡았던 것이다. 츠누가는 목표한 지점까지 적을 근접전으로 끌어들인 후 브라이언의 고간에 오른 다리를 박아넣고 배대뒤치기로 차창에 처박았다. 그 틈을 타 차량 손잡이의 타이머를 돌렸고 바로 이탈했다. 곧 도심 한가운데에서 차체는 화려하게 폭발했다. 습격자의 공격에서 벗어나 되돌려주었다. 츠누가의 경험과 판단에 따르면 분명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 '슬럼 빌딩'의 최상층에서 사법가의 지배자 시몬은 한 "마녀"의 발을 핥고 있었다. 이상자의 도착적인 행위가 아닌, 의자 밑에 엎드려 받들어 모시는 여신과도 같이 신성시한 자세를 견지했다. "마녀"의 외형은 백색의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좌우의 눈 색이 달랐다. 저주받은 도시로 마침내 돌아온 츠누가를 생각해 몇 번이고 그의 앞에 고의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던 "무명의 마녀"는 츠누가를 추적하고 있는 시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해 그녀를 모시는 시몬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의견을 말하려는 시몬의 입에 "무명의 마녀"는 발을 밀어 넣어 질식시켰다. 시몬이 하는 일은 모두 "무명의 마녀"를 위한 봉사이며, 모든 것은 "무명의 마녀"가 이루려고 하는 목적을 위함이었기에 시몬은 더 불평을 말할 수 없었다. 남자는 그저 유린하고 방치한 채 잊을 뿐. "무명의 마녀"는 여자인 자신에게는 인과의 모든 실이 보인다고 말한다. 7년 전 '자신'이 죽었을 때를 상기하는 "무명의 마녀"의 말에 시몬은 그제야 갈피를 잡았다. 츠누가가 관련된 형태를 파악하기에만 몰두한 시몬에게 "무명의 마녀"는 실망과 모멸감을 드러내어, 시몬으로 하여금 굴욕과 수치심으로 홍조를 떠오르게 했다.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게'라는 그녀의 말. 의미불명의 무가치한 우행도 관철하는 힘이 의미를 부여하며, 어떤 뜻깊고 숭고한 행위도 관철하지 못하면 한낱 티끌로 끝난다. 복수든 사랑이든,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를 지녔느냐가 아닌 개인이 간직한 질량 뿐. 이 거리는 닫힌 인과의 고리. 들어온 이상, 이제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게 "마녀"라 할지라도, 인간이라 할지라도. ---- 7년 전, 한 여자 고등학생 납치 사건. 수사 중 전 세계적으로 다발한 납치 사건과 특성이 합치되었다. 곧 카죠우 시에서 '파티'가 개최되어 참가자들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 돌았고, 게시된 글에는 소녀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실종된 인원으로 밝혀졌다. 당일이 되어 카죠우 시에 모인 이상자들의 수는 5000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책임자의 사전 체포에도 실패하여 체면을 구긴 일본 경찰은 현장 급습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해외 요인의 자제가 얽혀있다는 이유로 외풍의 압력을 받아 신중론을 펼치는 내각의 외교부와 이에 동조한 위의 압력으로 돌입이 늦춰졌다. 당시 23세였던 츠누가 쇼고 순경(巡査)은 사건의 개최지로 지목된 회관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 특수급습부대(SAT) 1팀 대원이었으며, SAT를 지휘하던 이고우 노부타케(飯河 信勇)는 경찰의 수뇌부에 돌입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 이고우의 요청과는 별개로 논의 끝에 정부는 돌입을 최종 승인했다. 곧 돌입한 SAT 1팀이었지만 내부의 인원들은 총기에도 겁먹지 않는 기이한 흥분의 상태. 인간의 장벽 너머로 펼쳐진 광경은 츠누가와 돌입한 SAT 팀의 이성을 앗아갔다. 누군가 발포하여 살육이 시작되었지만, 절대적 수의 격차로 SAT 팀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츠누가는 단 한 명이라도 생존자를 찾고자 발버둥 쳤다. 참상의 한 가운데서 안구 하나와 비강이 도려내지고 뼈가 드러난, 흉곽은 늑골을 드러내어 팔 다리가 남아있지 않은 참혹한 형상으로 얕은 숨을 이어가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시체의 산에 파묻혀 츠누가는 자신의 등을 위로 향해 그것을 감쌌다. 등에 무수한 압력이 가해져 늑골이 몇 개나 부러졌다. 주위가 조용해졌을 무렵, 그 생명은 마지막 말을 내뱉고 숨을 다했다. 확실하지는 않은 한 소절이었으나 소녀의 몸에 드러난 고통의 흔적은 단 하나의 뜻을 담고 있었다. ■■■■■-\-コロシテヨ. (■■■■■--제발죽여줘.) 소녀를 살려보겠다는 츠누가의 행위는 소녀가 겪었을 무저갱의 고통만을 지연시켰을 뿐이었다. 그 원망의 말은 자신의 정의가 그저 자기만족이었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주위의 악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 츠누가가 마음속에 품은 신념은 산산이 부서졌다. 7년 전의 사건 이후 5년간 혼수상태에 있었던 이래 깨어난 츠누가. 그는 주위를 둘러싼 친구나 친척 같은 인간관계를 모두 끊었다. 연인도 진작에 성이 바뀌고 경찰 조직 내에 아는 얼굴은 남아있지 않았다. 츠누가는 당시의 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읽었다. 인질은 모두 사망. 돌입한 대원들도 자신만을 남기고 전멸. 주요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연이은 재해에 일대는 범죄 도시화했다. 이럴 수는 없다는 절망, 분노로 재밖에 남지 않았던 츠누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원흉에 대한 살의가 피어올랐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있었다지만, 츠누가가 찾아낸 것은 희망도, 정의도, 인륜도 아닌 인정할 수 없다는 집착뿐이었다. 2년간 칼을 갈며 그동안 무너진 육체를 현역으로 되돌리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금지 약물의 취급도 주저하지 않았다. 열심히 닦았던 격투기도 오로지 살인만을 위한 기술로서 처음부터 다시 연마했다. '적'에 대해 기울이는 것도 늦추지 않았다. 납치 사건을 일으켰던 카르텔을 하부 조직으로 둔 관동사법가의 이매망량은 7년 전의 참사 이후로도 "마녀"라는 초상(超常) 현상과 더불어 한층 무언가를 꾀하고 있을 터였다. 일찍이 인간 츠누가 쇼고가 매장된 무덤으로 복수귀의 좌표는 정해졌다. ---- ||'슬럼 빌딩' 50층. 권력의 심장부까지 늘어선 관문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절차나 과정을 무시한 채 원흉에 다다른 비무장한 노인의 존재는 시몬에게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기막힘을 자아냈다. 그자가 전동 휠체어에 신세 지는 불수의 몸이라는 것, 어떤 보고도 없이 침입해왔다는 사실도. 사법가의 창조에 가담한 그쪽이라면, 자신보다 법칙을 속이고 뒤트는데 일가견이 있을 거라 전하는 노신사. 도회의 가면을 벗은 시몬은 '마술사'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런 존재는 이전 세기 초두에 모두 사라졌다며, 자신은 그저 고고학자일 뿐이라 노신사는 소개했다. 반지 낀 손을 깍지끼고는, 다만 마녀라면 하나 살아남아 황금과 불로의 비술을 손에 쥐고 세상의 어둠에서 암약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자신의 용무는 바로 그 마녀라고도. "마녀"라면 거리를 거닐다 보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며 가서 죽기 전 마지막 재미나 보는 게 어떻겠냐고 시몬은 빈정거렸다. 노신사는 한숨과 실소를 내뱉었다. 그런 "유사품(위치)"을 찾는 게 아님을, 진정한 마녀(헥스). 얄다바오트--위신(偽神)의 이름을 들먹였다. 그 이름을 들은 시몬은 안색이 일변하여 살의의 시선을 노신사에게 쏘아 맞혔다. 노신사의 시선 또한 적의의 빛을 띄우며, 성서의 마술사를 자칭하는 이단의 사제에게 역시 마땅한 보답을 받으려 했다. 죽은 손녀의 혼의 존엄을 걸고. 노신사는 병약한 손녀의 여생에 마음의 건강함이라도 바라 마지않았었다. 비웃음을 지어 입가를 비뚤이는 시몬은 7년 전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여럿 이어진다며 야수 같은 모습의 잔상을 뇌리에 떠올렸다. 사신의 마수에서조차 벗어난 그 남자도 죽여둘 필요가 있었다. 이 죄를 신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악마의 힘을 빌려 지옥에 떨어지겠다. 오망성이 새겨진 반지가 빛나, 영혼을 바치는 서원영창(誓願詠唱)에 화답해 주위의 공간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시몬은 그것이 '솔로몬 왕의 반지'의 진품임을 파악했다. 마술사의 절멸에도 각지에 흩어져 내려오는, 힘이 깃든 물건 중 하나. 대천사가 고대 왕에게 하사한 72柱의 마신을 사역하는 반지. 그러나 무언가가 저편에서 위용을 드러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소멸했다. 노신사의 얼굴이 경구(驚懼)로 일그러졌다. 시몬의 안면을 포함한 피부 곳곳이 박리되어 그리스어 문자열이 새겨진 파피루스의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순간 이해해버린 노신사는 절구(絶句)할 수밖에 없었다. '유다의 복음서(고스펠 오브 주다스)'의 진본. 시몬은 긍정했다. 이 세상의 이것도 저것도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이웃 민폐의 물건이라고. 그러니까 아무튼, 어쩔 수 없으니 단념하라고. 흔치 않은 연민조로 고하며, 시몬은 슈트의 품으로부터 베레타 한 정을 꺼냈다. 다음번에는 신의 진품이라도 데려오라는 시몬의 말. 어딘지 나른한듯한 군소리가 한밤중에 공허히 울렸다.|| ---- * 츠누가는 관동사법가 외곽의 경계선에서 퇴역한 전직 경찰 이고우와 접선해 물자 보급을 함. 이고우가 건네준 총기는 대부분 경찰이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인맥으로 빼돌린 것. 이고우가 사표를 제출했던 때는 사건의 1년 후 관동사법가 성립의 발단이 된 특별 법안의 발효와 동시. 그 연유로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하는 츠누가에게 마음의 빚을 져 협력 중이지만, 그렇기에 변해가는 츠누가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음. * "마녀" 아리손이 관동사법가 슬럼 어딘가에서 눈을 뜸.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한 아리손을 주변의 남자들이 겁 없이 범하고 자상을 내어 내장을 끌어올리는 등 능욕을 이어갔으나 아리손은 자각하지 못했던 "마녀"의 힘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 죽임. 하늘을 나는 캐롤과 위르마, 그로리아를 보며 유성과도 같은 모습에 반해 따라나섬. * 시몬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사법가를 뒤지고 다니며 처형 시설을 엎는 츠누가. 곧 "마녀" 산디와 이자벨, 아이린의 추격을 받게 됨. 캐롤, 위르마, 그로리아에 정면 전투를 맡기고 대물 저격총(데넬 NTW-20)으로 적대적 "마녀"의 시야 부분만을 노려 반사적인 틈을 만들어 서포트함. 패퇴시킨 후 시설에서 "마녀" 카트리나의 최후와 이런 구경거리는 설육(屑肉)의 뒤처리라는 정보를 얻음. 회장의 입구에 아리손이 나타남. 츠누가와 캐롤은 말문을 잃고 아리손을 바라봄. * 교황청에서 긴 세월 보관해오다 1870년 교황령의 소멸 과정에서 잃어버린 '유다의 복음서' 진본의 소재가 확인되어, 회수를 위해 바티칸은 이단심문관(Inquisitor) 바렌티노스(ヴァレンティノス)를 관동사법가에 파견키로 함. 해당 도시는 '유다의 복음서'의 법칙을 뒤집는 힘으로 세계의 이치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파악됨. 파괴 목적이 아닌 회수 임무인 이유는 배신자 유다의 존재도 주 예수의 일대기 중 하나, 즉 세계의 일부이기에 줄기가 되는 교리에 반할지라도 인리의 사정이 간섭할 수 없음. 따라서 어둠에 묻어 보관을 이어나가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 성유물을 단조한 탄환과 함께 넘겨받은 "마녀"들의 사진을 보며 바렌티노스는 카툰에나 나올 법한 존재라고 평함. 교황도 모르는 명령을 받아든 바렌티노스는 교지를 전한 추기경의 딸이 영국으로 시집갔다는 사실을 들먹임. 사색이 된 추기경은 성공회 역시 가톨릭의 한 뿌리 아니냐며 읍소하지만 바렌티노스는 고해실 너머의 작은 틈으로 피 묻은 반지 한 쌍을 전하고 일어섬. * 은신처까지 따라온 아리손. 아리손은 츠누가와 캐롤을 기억하지 못했음. 죽었어야 할 "마녀"가 살아있음에 의혹은 늘어가지만 그로리아는 아리손을 귀여워함. 곧 둘은 친밀하게 지내며 사제관계가 됨. 츠누가는 자신의 방문을 열었고, 안에 있던 "무명의 마녀"와 대면함. 이 도시의 어디에나 자신은 존재하며 원하면 언제든지 나타나 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짐. * '슬럼 빌딩' 내부 분실에서 인간과 요저에게 고문을 당하던 에드나와 카라는 뇌 안에 가닥을 들이는 등 완전히 피폐해져 퇴장. ---- 바렌티노스를 실은 헬리콥터는 관동사법가 변경의 상공에서 약에 취한 무뢰배들의 구 소련제 보병용 지대공 유도탄(SAM)에 격추되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2미터의 거구는 아무런 피해 없이 걸어 나왔다. 이상 사태에 도망치는 것도 잊은 강도들은 총을 갈겨댔지만, 검은색 슈트에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다. 절도와 자비를 갖추어야만 인간. 하지만 너희는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신을 따르지 않는 벌레들을 쳐부수는 폭력의 감미로움이야말로 꿀과도 같으니. 바렌티노스는 신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웃음을 드높이며 욥기 5:2의 경구를 읊었다. 곧 남자에 손안의 비적(秘蹟)이 빛을 발해 신이 깃듦이 드러났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주먹을 내지른 그 앞에 찬란한 파괴가 잇따랐다. 그 앞에 있던 것들은 이 세계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듯 흔적조차 사라져 크레이터만을 남겼다. 이 소돔에는 치워야 할 쓰레기들이 너무나 많다. 바렌티노스는 전부 쓸어주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위르마는 팔라리스의 황소 안에서 화형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 비록 악몽이었지만, '이번 생'에서 겪지 않았던 수난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이른바 '부활'했다는 아리손의 이야기를 들은 결과 기억해낼 수 없던 것을 깨달은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츠누가는 이고우로부터 전해받은 '노스 이스트 그랜드 힐즈', 현 '슬럼 빌딩'의 도면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뒤 총기수입을 하는 도중, 쓰러져 간 SAT 동료들을 회상하고 결의를 다졌다. 사전에 협의된 세리카의 연락은 약속된 시간으로부터 40분이 경과했다. 은신처를 감싼 IR 센서는 노트북에 경고음을 울렸다. 습격자들은 M4 카빈과 AK-47로 무장해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인원도 포함했다. 경기관총으로 지원받는 다국적 용병들은 양관으로 향해왔다. '마녀사냥' 부대의 용병들은 브라이언의 대기 명령을 거역한 채 돌입했다. "마녀" 전력을 기다리자는 브라이언의 주장은 불신의 대상이었던 그 배신 전력에 묵살당했다. 용병들은 브라이언의 지휘 없이도 능수능란한 작전을 펼치지만, 건물 2층에서 고지를 점한 츠누가의 저격으로 대부분 사살당하고 내부에 침입한 인원은 츠누가 측의 "마녀"와 SPAS-12의 산탄 폭풍에 고기 조각이 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브라이언은 이쪽 "마녀"는 무엇을 하는지. 그 변덕스러움에 한탄하며 다음의 대결을 기약하며 물러났다. ----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 도시의 변두리에서 깨어난 소녀는 여기가 세계의 끝이며 반대편의 도시로 향해야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도시를 걷는 소녀의 주위에는 쏟아지는 것이 온당치 않은 시선이 넘쳐흘렀다. 한 꾀죄죄한 노인이 소녀 앞에 서서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만,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노인은 웃음을 지어 올렸다.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신종의 "마녀"에게 이름을 줄 기회를 얻은 노인은 소녀가 사법가에 찾아온 날--성자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에 울려 퍼지는 '축복의 노래(캐롤)'. "캐롤 더 위치"라는 이름을 주었다. 곧 호박빛 돌풍이 강타해 노인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피가 튀는 살점으로 만들며 내려앉았다. 자신을 산디로 소개한 "마녀"는 마지막 26번째의 자매를 폭력으로 맞이했다. '철혈의 첨인'은 커녕 자신이 "마녀"인지도 몰랐던 캐롤은 다리가 양단되어 목이 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땅을 디딜 수단을 잃고 말았다. [anchor(1)] ||왜? 흐음… 왜, 네? 그러면, 왜 너는 태어났는지 알고 있나? 그런 질문에 대답이 마련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나? 모르는 것은, 전부 누군가가 설명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라고. 이 세상이라는 건, 그런 식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영문을 모르겠다면 모른 채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그런데도 태어나 버렸으니 말이야. 죽는 게 두렵나? 그런데 말야, 죽을 수 없다는 건 그것보다 훨씬 최악이라고? "마녀"의 힘을 지지하는 바탕은 피다. 그걸 대량으로 잃어버리면 그 말대로, 단순한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어. 그러니까, 우리들의 무기는 이렇게 상대방의 피를 흘려내기에 적당한 형태로 되어있는 거지. 이것 자체도 피의 덩어리니까, 일단 그걸 박살 내버리는 것도 먹힌다. 이것도 정말 부조리한 이야기야. 자기의 무적을 지지해야 할 무기가, 한 번에 무적을 상실케 하는 사인이기도 하다니. 하기야 목이 눌려 꺾여버리든, 전신이 회쳐져 저며지든, 목을 쳐내버리지 않으면 죽음을 받아낼 수도 없지만. 끔찍한 일이지? 말하지 않아도 기분은 알겠다고. 나도 같은 신세니까 말야. …그럼, 최초의 응대는 이걸로 다인가. 뭐, 일단 한번 죽어두려무나. 그 후에 또 만나자고.|| 폭력의 유열과 "마녀"의 운명에 대한 뒤틀린 감정을 내뱉은 뒤, 산디는 캐롤을 바닥에 내던져 유유히 사라졌다. 곧 "마녀"를 데려가려는 남자들의 손길이 다가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습격이 장소를 덮쳐 수거 인원들을 모두 사살했다. 그때 캐롤과 츠누가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녀"가 아직 힘이 남아있는 것인지 난처한 기색의 츠누가는 "마녀"를 구할지 어떨지를 망설였지만 호소하는 캐롤의 눈빛을 무시하지 못한 츠누가는 은신처로 데려갔다. 얼마간 양관에서 함께 머무르게 된 츠누가와 캐롤. 츠누가는 캐롤에게 그 자신이 "마녀"인 것과 그 특징들, 사법가의 상식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 가운데에는 마력 보급의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츠누가는 자신이 먹는 종류의 식사만을 건넸다. 얼마 후 캐롤은 츠누가가 하는 일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츠누가는 "마녀"의 전력을 철저히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전투의 현장에 캐롤을 대동하여 전투의 기본 방법부터 "마녀"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그 몸에 익히게 했다. 그런 나날 가운데 격렬한 전투에서 피를 흘려 약체화된 캐롤을 아지트에 데리고 온 츠누가는 며칠간 캐롤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마녀"의 회복 수단은 그것뿐인 것을 깨닫고 있었다. 총기를 손질하는 심정으로 캐롤에 다가간 츠누가는 지극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캐롤을 안았다. 전투의 소모가 있을 때마다 둘은 기계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츠누가를 향한 캐롤의 마음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점점 깊어져 갔다. 행위의 도중 캐롤로부터 츠누가를 강하게 요구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그런 캐롤을 대하는 츠누가는 대조적으로 심경이 복잡해져 갔다. 캐롤 자신은 츠누가에게 쓰이는 무기일 뿐인 채로도 괜찮다고, 츠누가와 모종의 인연을 느끼며 그의 바람을 이루어 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음에도. === 피의 수확 === 츠누가는 총기수입을 하며 과거의 기억에 침잠했다. SAT의 혹독한 훈련. 그중 하나는 몇 번이고 반복된 훈련장의 특정 건물에서의 실습. 인질 표지와 범인 표지가 번갈아 나오는 것을 구분해 사격하는 것. 맹견이 물어야 할 것과 물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시키듯, 어떤 상황에서도 쏘지 말아야 할 것을 학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어떤 훈련이든 고된 것 뿐이었지만 같이 훈련하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었다. 곁에 있던 SAT 동료들 역시 독특한 구석이 있어, 그 점이 츠누가와는 동족이라 할 만했다. 말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통하는 사이. 허나 그런 동료들도 이제는 없다. 츠누가와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츠누가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캐롤과 했던 이전의 행위는 그저 서로를 소중히 여겨 감싸 안는 연인의 관계였던 게 아닌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주인과 무기의 관계로서는 한참 틀린 것이다. 감상에 젖을 여유는 지금의 자신에게는 더 남아있지 않았다. 캐롤에 다가간 츠누가는 자신의 것을 강압했다. 캐롤은 당황했지만 츠누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한 게 있는 것은 아닌지. 츠누가의 마음을 계속 헤아리며 상냥히 대하는 캐롤의 행동은 츠누가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초조함은 오히려 끝에 달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어 효율적인 관계로의 재설정 목적조차 잃고 있었다. 폭력에 가까운 행위는 이어졌고, 캐롤은 달하기는 했지만 닿지 않더라도 마음이 채워졌던 이전의 관계와는 달리 공허함만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마녀"의 행위가 아닌지. 무기와 그것을 사용하는 자의 태도로서 올바른 것이 아닌지. 캐롤은 그런 생각 속에서 츠누가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추측했다. 캐롤은 스스로 진실한 마음도 모른 채 츠누가의 무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츠누가는 캐롤을 무기로 삼아 목표를 이룬 뒤에 어떻게 될까. 자신을 모두 태워 끝을 본 남자에게 미래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츠누가에게 캐롤의 감정은 거북할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가혹해 보이는 처사를 하고 있지만, 츠누가가 처음의 관계에서 보여주었던 상냥한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캐롤은 생각했다. 결국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츠누가와 맺어지는 미래를 그린 숨은 감정을 영구히 포기하기로 했다. 이전의 연인과도 같았던 태도는 가라앉고, 관계가 끝난 후에도 더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소 메마른 어조로 츠누가를 대하게 된 캐롤. 그것을 본 츠누가도 초조함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 ||인류사는 동족상잔의 살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중 하나는 종교에 의한 대량 학살이며 대부분의 지분을 그리스도교가 차지하고 있었다. 십자군 전쟁을 거쳐 대항해시대까지 십자를 내세운 진군은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특정 민족의 절멸과 문화를 지지하던 생태계의 변화마저 초래하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케이크를 자르듯 아프리카의 국경선을 긋고 저 멀리 아시아까지 이르러 찬탈을 이어나갔다. 극동의 섬나라 역시 그 일익을 담당했으나 패전으로 몰락하여 죄를 추궁당하기에 이른다. 승전국이라는 이름 아래 민간인 학살과 핵병기의 투하를 정당화한 십자의 국가들은 축복이라도 받은 듯 여전히 번영을 구가했다. 두 번에 이른 세계구급 전대미문의 학살은 인류에게 자숙의 시간을 주었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의 일이며 그 본질은 변함이 없었다. 역사는 그들의 신이 말했던 사랑 따위는 조각 한 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세계의 향방은 도의나 인륜이 아닌 폭력, 독선적인 의지로 결정되었다. 그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어디에도 없는 받드는 신을 내세우고. 유혈과 원망으로 가득 찬 천지는, 십자가에 매달려 살해당해 신으로 모셔진 남자가 꿈꾸는 세계상인가. 그런 포학을 긍정하는 것은 과연 신인가. 이단심문관 바렌티노스는 당연히 신이라고 긍정한다. 신앙은 전적으로 그 대상을 긍정(AMEN)하는 것이지 시비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선악으로 신을 규정할 수는 없다. 저차원의 정서로 절대적인 상위자로 인정한 존재를 판정하는 것은 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바렌티노스가 생각하는 신은 인간의 수호자가 아닌 세계의 추(錘). 인간이 발밑의 벌레를 신경 쓰지 않듯이 우주의 운행은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마치 신의 노예. 그러나 무언가의 노예가 아닌 인간은 존재하는가. 권력이나 황금 뿐만 아닌 실체가 없는 이상이나 주장에 대해 가치관을 동화시켜, 존재의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어 심신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였다. 이 광신자 역시 그러한 하나의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사법가의 거리에 차고 넘치는 악한들마저도 바렌티노스가 발하는 분위기에 감히 얼씬거리거나 시비를 걸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바렌티노스는 망설임 없이 암흑가의 진원지로 느껴진 '슬럼 빌딩'의 입구로 향했다. 건물의 입구로부터 계속 이어지는 배타적인 부랑자들의 인간 바리케이드가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바렌티노스는 여호수아 6:8--언약궤의 힘으로 난공불락의 성채 여리고의 문을 함락시킨 설화를 읊었다. 손안에 빛이 발하더니 할렐루야의 함성과 함께 입구는 콘트리트 채 박살이나 군중들까지도 세계로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곧 40층 근처에 다다른 바렌티노스의 앞에 "마녀" 아이린이 나타났다. 아이린은 바렌티노스를 향해 카타나를 빼들어 돌진했다. "마녀"를 둘러싼 척력장은 전개하는 것만으로도 닿은 인간을 산산이 분해한다. 이를 부딪친 인간은 살아남지 못할 터였지만, 아이린이 파괴한 것은 이단심문관의 형상을 한 소금 기둥이었다. 창세기 19:26을 외운 바렌티노스는 이어 "마녀"의 불사성을 해제할 신언을 전개했다. 고차원의 별리(別理)에 근거하는 "마녀"의 존재를 더욱 상위의 힘이 개입해 고쳐쓰기 시작했다. 판관기 15:16, 그리고 함성과 함께 "마녀" 아이린은 바닥에 그을음 자국만을 남긴 채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 침입자들을 격퇴한 후, 이후의 방침을 정하기 위해 반파된 저택의 응접실에 모인 츠누가 일행. 한 명의 부재가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동료를 구하러 가야되지 않느냐는 의견은 츠누가에게 있어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다. 처음부터 철저히 도구로 이용했고, 그런 츠누가의 태도 역시 세리카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 함정에 걸려주는 미련한 일. 여태 쌓아온 것들을 무위로 돌리는 어리석은 행위였다. 츠누가의 전화에 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 고통에 찬 비명과 신음을 흘리며 울먹이는 세리카의 목소리. 폭력을 몸에 입는 듯 연신 물통을 내려치는 듯한 둔탁음이 들려왔다. 치아가 빠져 제대로 된 발음이 되지 않는 언어는 절박한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 츠누가는 '죽어줘.'라는 한마디 직후 통화를 끊었다. 위르마는 츠누가와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주위의 모든 것을 도구로 이용하다 주저 없이 버리는 츠누가의 목표는 "마녀"를 구하기 위해 행동해 온 위르마의 목표와 더 합치되지 않았다. "마녀"를 구하며 "마녀"라는 존재를 탐구하던 위르마. 츠누가는 잡지 않았다. 위르마는 캐롤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보냈지만, 위르마도 이해하고 있는 캐롤의 완고함은 츠누가의 곁에 남는 편을 저버리지 않았다. 도구로 쓰이다 버려질 것이 자명하다 할지라도 꺾이지 않는 캐롤의 일편단심에 위르마는 이전과 같은 선망을 느끼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리아도 위르마의 개별 행동에 따라 해산의 길을 걸었다. 스승의 부재에 아리손은 풀이 죽었지만 츠누가는 여태껏 아리손에게만은 미숙하나마 상냥한 친절을 보내왔고, 아리손이 필요하다는 츠누가의 강한 긍정은 마음을 붙들어두기에 충분했다. 아리손은 늘 했던 것처럼 츠누가의 다리를 꼭 껴안았다. ---- ||남자는 세상의 모든 인간을 자애로이 여겨, 구하고 싶다고 바랐다. 하지만 그 의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자는 지배자에게 사로잡혀, 구세주를 자칭한 죄로 재판대에 오른다. 그를 지키기 위해 맞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대부분이 미친 자라 비웃고 업신여겼다.|| ---- * '슬럼 빌딩' 상공의 이계(심연)와 연결된 공간에 십자가의 형벌로 고통받는 마녀의 모습. * 바렌티노스와 시몬의 대결. 신의 철권과 '유다의 복음서' 및 요저의 힘이 맞붙음. 밀리던 바렌티노스는 손목에 성정(聖釘)을 녹여 단조된 탄환을 박아 성흔을 새겨 신을 몸에 강림시킴. * 츠누가에 대항하기 위한 위르마의 거리에서의 마력 충전 및 산디와의 접선. ---- * 츠누가가 유년 시절부터 가진 폭력을 기반한 일그러진 분쟁 해결사의 기억. 성장에 따라 자제를 익혔으나 어른도 손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해 타인을 구원했던 사례는 보물로서 남아있음. 정당한 폭력의 행사를 위해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였고, 대회에 나온 츠누가는 이고우가 보기에 경계에 선 것으로 보였음. 올바른 길. 좋은 칼로 쓰기 위해 이고우는 경찰의 길을 권유함. SAT의 동료들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영입되었던지라 츠누가와 파장이 맞았음. ---- * 츠누가에게 부추겨진 아리손의 '슬럼 빌딩' 벽면 돌파 및 살육극. 츠누가의 계략을 눈치채어 분개한 그로리아의 난입 및 이자벨, 산디, 위르마와의 전투. 사로잡힌 아리손과 그로리아의 능욕극. * 아리손 및 파악하지 못한 요인(바렌티노스)에 의한 혼란을 틈타 도면으로 파악했던 '슬럼 빌딩' 지하 통로(지맥)로 츠누가와 캐롤이 잠입. 이를 예상하던 브라이언 휘하 '마녀사냥' 부대가 맞이함. 부상을 입은 츠누가는 캐롤을 남기고 빌딩 내부로 향함. 브라이언은 요저를 몸에 심은 불사의 몸으로 캐롤을 유린. 브라이언 막쿨과 츠누가 쇼고 이외의 이해자는 필요 없다며, 브라이언은 캐롤을 방해로 여김. ---- * 츠누가는 막심한 부상으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가운데 7년 전 구하지 못한 소녀들의 처참한 결말을 회상. 그때 츠누가는 그녀들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한계에 달한 육체를 이끌고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멈출 수 없었음. 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수천의 군중의 파도가 고작 수십을 덮치는 살결의 해일. 피부의 군체는 멀리서 보았을 때 어떤 생명으로 보일 정도의 율동을 반복하고 있었음. 마치 거대한 구더기의 운동과 같은. * 하나에 대해 백이 넘는 수가 달라붙고, 도태된 자들끼리 뒤를 후벼파는 인외의 마경. 그것은 행위를 넘어서 인체의 파괴에 가까움. 틈이 부족하면 나이프로 갈라내어 끼워 막기를 주저치 않고, 팔다리를 포함한 내장으로도 만족을 얻음. 처음에는 율법에 어긋난 행위에 처절함을 울리던 안나(アンナ), 병약한 몸이 견디지 못하는 헤자(ヘザー), 진즉에 형체를 잃은 사라(サラ), 소녀들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테레이제(テレーゼ). 모두 결말은 형태 잃은 몇 점과 몇 조각. 이를 입에 털어 넣어지기도 하고, 죽어서도 수난은 끝나지 않음. 기도가 닿았는지 테레이제의 의식은 절명 후에도 스스로 육체의 파괴를 자각하고 있었음. ---- * 츠누가는 아드레날린을 생산하는 약을 씹어 녹여 주사. 상층으로 향하다 '마녀사냥' 부대를 만나 위기에 몰림. 50층에서 무수한 층을 꿰뚫고 아래로 떨어지던 바렌티노스와 츠누가의 눈이 마주침. 최후의 힘으로 바렌티노스는 츠누가의 적들을 불태움. 바렌티노스는 츠누가의 선악을 모르지만, 폭력이란 홀로 다수를 상대할 때 고귀하다는 지론에 따라 그를 도왔음. 츠누가에게 탄환을 넘겨주고 사망. * 츠누가와 위르마의 대결. 약이 몸에 돌고 부상으로 생존 본능이 극한에 달한 츠누가는 "마녀"의 공격을 시인하지 않은 채 예측으로 회피 및 자기합리화의 말을 내뱉은 위르마의 빈틈을 노려 바렌티노스가 건네준 탄환을 발사, 위르마를 무력화. 구르카 나이프로 참수하여 위르마를 완전히 죽임. * "무명의 마녀"와 조우한 츠누가는 "마녀"의 정체가 7년 전 구하려 했던 무구한 소녀들임을 알게 됨. 도구로 이용해 비참한 말로를 맞게 한 아리손과 그로리아, 자신의 손으로 참수한 위르마를 생각하며 자신의 존재의의를 모두 잃고 절망. 자신이 구하려 했던 처참한 몰골의 소녀와 "무명의 마녀"를 비추어보다 정신이 나간 츠누가는 "무명의 마녀"를 목 졸라 참수해 죽임. 정신을 차린 츠누가는 다시 정신이 박살나 영혼이 텅 비게 됨. * 그런데도 아직 움직이는 츠누가는 모든 것을 끝내려 상층을 향함. 마주치는 모든 "마녀"를 참수해 완전한 죽음을 선사함. 이자벨의 목을 든 츠누가는 브라이언과 마주침. 브라이언은 눈앞의 존재가 자신의 거울상이던 츠누가가 아님을 깨달음. 총을 겨누어 쏘려고 하지만, " "의 흐릿한 실루엣에 탄환이 모두 빗나감. 성정 탄환에 맞은 브라이언은 폭주하는 요저에게 속으로부터 뜯어먹혀 죽으며 츠누가의 변화만을 생각한 채 사망. 츠누가는 같은 분실에 있던 아리손과 그로리아를 참수한 후 목을 들고 사라짐. * "무명의 마녀"는 참수당했지만 죽지 않은 채 시몬을 추궁함. 더는 상공 위의 본체가 모든 "마녀"들의 반복된 고통을 버틸 수 없다며 마지막 한 명의 "마녀"를 타락시킬 것을 요구. 시몬은 브라이언에게 새로운 "마녀"를 데려오라 명령했지만, 브라이언은 츠누가와의 결투를 위해 거절했었음. 거리의 "마녀"들은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절망에 떨어뜨리기 위한 삶이 쌓이지 않았다고 변명함. 명령할 수족들도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고, 고문할 "마녀"들은 츠누가에게 살해당한 지 오래. 남은 것은 아무리 고문해도 타락하지 않는 캐롤과 마지막 남은 수하 산디 뿐. 시몬은 "무명의 마녀"에게 기원전부터 인류사는 피로 쓰여 예수의 탄식과는 관계없이 인간의 본성 자체가 그러했음을 말하며 자신의 진심을 고백함. "무명의 마녀"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시몬의 개인적인 고백에 무게를 두지 않은 채 굽어보는 절대자로서 그의 어리석음에도 인류애를 건넴. 시몬은 이것도 저것도 포기한 채 직분으로 돌아감. * 산디도 시몬이 궁지에 몰리자 이빨을 드러냄. 요저로 제압한 시몬은 산디를 마지막 제물로 삼으려 하지만 산디는 '철혈의 첨인'을 시몬에게 들이대는 듯하다가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함. 분노에 찬 시몬은 산디의 시체를 계속 짓밟지만, 소용없음을 깨닫고 초연해짐. 고문자도 소모한다는 격언에 따라 지친 시몬은 어쩔 수 없이 캐롤을 다시 고문하려 함. 캐롤은 아래를 달궈진 창으로 꿰뚫리고, 고뇌의 배를 비롯한 극악무도한 고문에도 츠누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번다는 도구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인내해왔음. * 시몬이 고문을 재개하려던 직후, 50층에 도달한 츠누가는 여지껏 살해한 "마녀"들의 목으로 시선을 빼앗고는 시몬에게 성정 탄환을 발사함. 곧 몸의 요저가 폭주하던 시몬은 무의식적으로 캐롤의 뒤에 숨음.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본능이 행한 행동은 의외의 효과를 나타냄. 이 세계의 끝에 서서 존재가 흐릿해진 " "의 모습이 한순간 현실 세계로 돌아왔고, 시몬의 발악이 츠누가의 심장을 꿰뚫음. 츠누가는 캐롤이 우는 모습을 보며 누군지를 깨닫지 못함. 하지만 SAT의 훈련, 쏘아야 할 것과 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본능은 자신의 마음속에 아직 경찰로서의 본분이 남아있음을 자각하게 해줌. 지킬 신념이 없는 벌레가 아닌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츠누가는 누군지 모를 사람을 향해 'ありがとう'라 말하며 눈을 감음. * 시몬은 폭주하는 육체로 인해 죽어가며 자신을 도구로서 사용하여 끝내 사랑한다는 고백마저 내친 아가페의 화신 "무명의 마녀"에 대한 탄식과 츠누가의 마음을 얻은 캐롤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며 행복하는게 좋을 거라며 숨이 멎음. * 도구로서 다뤄주기를 바래 연모의 감정을 내버렸던 캐롤은 최후의 순간에 도구로서 대해주지 않은 츠누가의 모습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망을 내뱉음. 최후의 "마녀"가 내뱉은 고통의 '무게'는 고문이나 타락, 일그러진 치욕의 절망이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태어난 아이러니를 느끼는 "무명의 마녀"는 츠누가와 캐롤의 사이를 처음부터 눈여겨보았음을 독백함. * 반복된 죽음의 굴레 속에서 태어난 "마녀"들의 고통은 "무명의 마녀" 위신 얄다바오트의 몸에 채워져 대비의(아르스 마그나)의 조건이 충족됨. 2000년 전 예수의 탄식으로 세상에 내려진 저주를 그 이상의 수난으로 덮어씌워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에 이름. ||